"우리 딸, 엄마가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게."
2013년 11월 성주에 살던 지적장애 2급 A(당시 24세) 씨는 같은 마을에 살던 삼촌에게 "엄마를 찾아 대구로 가겠다"며 옷가지를 챙겨 집을 나섰다. 같은 달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마음 둘 곳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렇게 무작정 길을 나선 A씨는 이후 종적이 묘연해졌다.
A씨의 친모 B(당시 56세) 씨는 온다던 딸이 며칠이 지나도 연락조차 없자 초조해졌다. 역시 지적장애를 가진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혼자서 딸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주위 사람들의 조언으로 B씨는 딸이 사라진 지 1년 만에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역시 1년이나 지난 일인 데다 A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등 생활반응이 없어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지난해 5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이 장기실종사건을 재점검하던 중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의 한 병원에서 A씨가 감기 진료를 받은 기록 1건을 발견한 것. A씨가 다녀간 병원 인근을 수소문하던 경찰은 2개월 만에 인근의 한 건강원에서 일을 도와주며 살고 있던 A씨를 발견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A씨와 건강원 주인이 알던 사이였고, 주인이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없는데 여기서 지내라'고 하자 A씨도 친모를 찾는 걸 잊고 그곳에서 계속 지냈다"며 "지난해 7월 죽은 줄 알았던 딸을 만난 B씨가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해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경북경찰청은 1일 실종자와 가족의 아픔을 보듬고자 장기실종자 추적팀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앞서 2014년 6월 경찰청이 전국의 장기실종자를 찾으려고 추적팀을 꾸린 적은 있으나 지방경찰청 중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경북경찰청 장기실종자 추적팀은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찰관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도내에서 실종 1년 이상인 33명을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팀은 6월 말에 해체한다. 경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장기실종자 추적팀 해체 이후 경찰관 3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을 꾸려 계속해서 실종자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박화진 경북경찰청장은 "경북에서 지난해 실종자 1천426명이 발생했다. 2014년 1천388명, 2015년 1천360명 등 해마다 1천300건 이상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며 "사건 한 건 한 건마다 '내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수사하겠다. 장기실종사건은 제보가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열쇠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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