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가 낮에만 아픈가요? 심야·휴일병원 안 하려는 의사들

대구 달빛어린이병원 응모 안해…진료비 지원 형평성 문제 제기

직장인 이모(40'여) 씨는 며칠 전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저녁밥도 잘 먹지 않고 보채던 아이가 심하게 토하기 시작했고, 이마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것. 오후 10시 넘은 시각이라 가까운 동네의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결국 이 씨는 아이를 안고 황급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뛰어가야 했다. 이 씨는 "급성 장염으로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됐지만 늦은 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의원이 없어 애를 먹었다"고 푸념했다.

증상이 가벼운 어린이 환자를 위해 늦은 밤과 휴일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이 개원가의 반발에 막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 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부모들의 시름을 덜기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 야간'휴일 진료비를 달빛어린이병원에만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은 오후 8시까지 야간 진료를 하고 있는 상당수 소아청소년과 병'의원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또 잦은 야간 근무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간호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 상황에서 야간 근무할 간호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고 있다. 이재준 대구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회장은 "적지 않은 소아청소년과 병'의원들이 야간 진료를 하고 있는데도 각 구'군별로 한 곳을 지정하는 달빛어린이병원에만 야간'휴일 진료비를 가산해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면서 "달빛어린이병원은 경증 환자만 보기 때문에 야간 시간대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런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참여 모형을 다양화하는 등의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어 각 시'도별로 신규 참여 의료기관을 공모했지만, 서울과 경기'충북 등 7개 지역이 추가되는 데 그쳤다.

이번 공모를 통해 전국 18곳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이 늘었지만, 대구는 추가된 의료기관 없이 1곳만 운영 중이다. 당초 참여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한 아동병원은 신청 의사를 철회했고, 올 상반기 북구 칠곡지역에 개원할 예정인 소아청소년과의원이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개원가의 반발이 여전해 달빛어린이병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달빛어린이병원=증상이 가벼운 어린이 환자를 위해 평일 오후 11~12시, 휴일 오후 6~10시까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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