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용달(68) 기계조립 명장은 우리나라 산업화와 함께한 주인공이다. 공부보다는 기술이 미래를 위해 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50여 년간 오직 기술에 혼신의 힘을 쏟으며 꿈을 향해 앞만 보며 달려왔다. 기계제작'조립 분야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을 만큼 우뚝 선 그는 2001년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우 명장은 "기술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기능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만 못하다. 기술자가 대우받고 신바람 나는 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 벗어나기 위해 기술 익혀
우 명장은 대구 북구 복현동에서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야간 중학교에 다녔는데, 졸업 앨범을 갖고 싶어 부모님께 4일 동안 울면서 졸랐으나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가난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고등학교 역시 스스로 등록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공고 야간부 기계과에 입학했다. "중3 때부터 철공소에서 일했는데, 선배들이 '선반 기술이 전망도 있고 수입도 괜찮다'고 권하기에 기계과에 들어갔다"고 했다.
다행히 기계 다루는 일은 이 명장의 적성에도 맞았고 재미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 몰래 탁상시계를 드라이버도 없이 분해 조립했다. 한두 번은 제대로 했는데, 세 번째는 작은 부품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시계가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니께 실컷 두들겨 맞고 시계방에서 고쳤다. 그때 '기계에 대해 소질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우 명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했다. 당시 수입에 의존해 오던 천 짜는 기계의 핵심 부품을 개발해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에 자신감이 붙은 우 명장은 연료 없이 전기를 일으키는 동력기를 개발했다. "당시에는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정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동력기를 개발했다"고 했다. 그가 개발한 동력기는 기존 물리학 이론을 뒤집는 중력을 이용한 기계였다. 그러나 그 기술은 완성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은 "네가 학벌이나 고급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면 귀 기울여 들어줬을 것이다. 인정받으려면 전문가가 인정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 명장은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격증을 취득했다. 2급 기능사에 이어 1급 기능사도 대구경북 최초로 취득했다. 기능대회에 출전해 금상도 받았다. 곳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구미에 있는 공업학교의 실기교사로 학생을 지도하는 일을 택했다. 우 명장은 선반, 밀링은 기본이고 초정밀기계, 산업기계 및 설비'제작까지 지도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어 밤 10시, 11시까지 지도했다. 학생들도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우 명장은 학교에 있을 때 기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고 했다. 회사를 만들면 지원해 주겠다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고성장을 하고 있을 때여서 고급 기술자가 많이 필요했거든요. 그러나 그때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다"고 했다.
이후 우 명장은 각종 기능대회에 나갈 학생을 지도하는 한편 국제대회 파견 선수 심사 위원 및 과제 출제 위원 등을 지냈다. 중등교원 자격도 취득했다. 틈나는 대로 기업체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2001년 그는 그동안 쌓은 기술과 공적, 봉사활동 등을 인정받아 기계조립 명장에 선정됐다.
◆IMF 때 회사 부도 아픔
자신감을 얻은 우 명장은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운명은 번번이 우 명장의 편이 아니었다. IMF 때는 회사가 부도나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당시 장비를 주문한 회사가 부도가 났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빌린 대출금의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 명장의 토로와 설명이 길었다. "높은 기술을 보유했거나 향후 회생 가능성이 높은 업체는 가려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정부나 은행이 그냥 원칙이라며 부도 처리하는 것은 기술인의 의지를 꺾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 명장은 기술에 관한 한 지금도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빛을 못 본 기술도 있고, 개발 여지가 있는 아이템도 여럿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제 나이도 있고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제조업-IT산업 조화 이뤄야
우 명장은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첨단산업에만 인재가 몰려 금속가공산업과 조립 부문에 지원하는 젊은이가 날로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며 우리나라가 너무 IT산업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 명장은 "제조업과 정밀기계 분야가 IT산업과 조화를 이루었을 때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 명장은 또 조만간 기술 분야에 공황 상태가 올 거라고 내다봤다. "첨단산업의 발달로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부분이 많아지지만, 기계를 조작하는 것은 사람이다. 정밀한 부분은 사람만이 컨트롤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능인이 없으면 첨단산업도 무용지물이다"고 지적했다.
우 명장은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에게도 한마디했다. "안정된 직업을 갖는 것도 좋지만 근성과 끈기를 갖고 기술을 배워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기술을 배운다면 기술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의'봉사'후진 양성에 힘쓸 터
우 명장은 오늘도 바쁘다. 학교나 업체 등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산업현장 교수를 비롯해 호산대 석좌교수, 초'중'고'전문대 직업진로 특강, 국제대회 기능경기대회 선수 특강 등 그동안 일하고 배우면서 터득해 온 산업현장의 생생한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등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우 명장은 "기술을 익혀 영광도 있었지만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50여 년을 걸어온 기술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이제 보람 있는 일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우 명장은 이어 "아직 몸도 건강하고, 가진 기술도 쓸 만하다"면서 "후배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몽땅 넘겨줄 일이 남았다"며 후진 양성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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