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밥 한 숟가락 애국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형수님, 이쪽 뺨도 때려 주세요."

어린이 동화 책에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나오는 대목이다. 굶는 자식들을 위해 놀부 형님을 찾아간 동생 흥부의 뺨을 밥주걱으로 때린 형수에게 더 때려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다. 밥주걱에 맞아 아프지만 뺨에 쌀알이 붙어서다. 다른 뺨도 맞으면 쌀알을 더 챙겨 아이들 굶주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처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만큼 더 듣기 좋고 보기 좋은 모습이 없다고 했으니 배곯는 자식 위해 무엇을 못할까.

옛 사람들에게 밥은 삶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그래서 '밥심'이라는 말도 자연스러웠다. 왕이 '백성의 하늘은 밥'이라며 백성의 배곯는 것을 경계한 일도 그런 까닭이다. 우리가 한때 다수확 벼 품종 개발에 밤낮을 보내고 식량 자급 달성에 목을 매단 것도 바로 백성의 하늘인 '밥' 해결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미국 원조 밀가루도 모자란 탓이다. 마침내 쌀 자급률 100%를 일궈냈지만 지금은 쌀이 남아돌고 밥도 외면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심하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우리나라 성인의 식생활 현황' 보고서가 그렇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만 19세 이상 성인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남자 29.5%, 여자 26.1%였다. 10년 전(2005년)보다 남자 9.1%포인트, 여자 4.2%포인트 늘었다. 갈수록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많다. 19~29세 20대 연령층의 아침 결식률이 더욱 높다. 남자 51.1%, 여자 46.9%다. 이와 함께 20대 연령층의 하루 1회 이상 외식률도 덩달아 증가했다.

밥 먹는 횟수가 줄어드는 이 같은 현상은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의 감소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86년 127.7㎏이었던 쌀 소비량은 지난해는 61.9㎏으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밥그릇의 크기조차도 달라졌다. 한 도자기 업체가 조사한 밥공기 크기의 변천사를 보면 1940년대 680㎖에서 1960, 70년대 560㎖, 1980년대 390㎖, 2000년대 290㎖로 나타났다.

쌀 소비 외면은 우리 농촌의 농부에게도 힘이 빠지지만 식량 안보를 걱정하는 농정 당국에는 큰 짐이다. 국제 쌀시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수급이 불안한 '옅은 시장'이다. 가뭄 등 자연재앙이 닥치면 대응이 어렵다는 말이다. 나라마다 자국민의 입이 우선이어서 쌀 수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제는 밥 한 숟가락 더 먹음으로써 쌀 산업과 나라도 위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헌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중앙선관위는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장윤기(23)는 일면식도 없는 고등학생 이채원(17)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22일 첫 재판을 받으며, 검찰은 계획성과 성범죄 목적을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