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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대구 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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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1942~ )

용두방천에는 돌삐이가 많고

무태에는 몰개가 많고

쌍디이못에는 물이 많고

칠성시장에는 능금캉,

비 오는 날은 장화가 억수로 많고

깡통골목에는 깡통이 많고

달성공원앞에는 가짜 약장사가 많고

진골목에는 묵은디이 부잣집이 많고

지집아아들 짱배기마중

씨가리랑 깔방이가 억시기 많고

'자갈마당에 자갈은 하낱도 안 보인다'

카더라

(시집 『대구』 오성문화 2015)

*돌삐이: 돌멩이 *몰개: 모래 *쌍디이못: 신천동에 있었던 쌍둥이못 *비 오는 날의 칠성시장에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로 진창길이 많았다. *깡통골목: 6'25 전란 후 인교동에는 미군부대서 나온 깡통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소공장이 많았다. *진골목: 대구의 이름난 명소로 골목의 길이가 길다고 진골목이라고 한다. *지집아아들: 어린 여자아이 *짱배기마중: 머리통마다. *씨가리: 이의 알 *깔방이: 아주 작은 이의 새끼 *자갈마당은 한때 대구의 유명한 홍등가였다.

대개 1950년대 전후, 대구의 풍물이 이랬다. 6'25 전란의 피폐했던 시절, 대구의 온갖 인문지리적인 요소 중, 특징적인 것들을 간략하나마 여기에 축약해 놓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 시내와 그 주변의 자연 생태계의 변화도 엄청나다. 어릴 적 빨래하러 다니시던 엄마 따라 용두방천에서 혼자서 놀 때, 조선의 돌멩이란 돌멩이는 다 모아놓은 듯하던 그 수많은 돌멩이들과 끝없이 펼쳐진 무태 모래사장에서 모래찜질하던 시절의 그 많던 모래들은 지금쯤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아, 아득하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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