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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혼자 갈까 함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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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설 때 '혼자 갈까 같이 갈까?' 갈등이 생길 때가 있다. 주부가 쇼핑을 갈 때, 남자가 운동을 하러 갈 때 그렇다. 이때 그 나름 답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프리카 격언이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것이다. 주변에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등산 가실 때 혼자 가시나요? 아니면 동료를 구해서 가시나요?" 제법 먼 산행을 떠나시는 분인데 그분의 답은 혼자 간다는 것이다. "혼자 가시면 위험하거나 좀 심심하지 않나요?" 하고 물으면 "아니요, 산행은 혼자 가야 합니다"고 단호히 대답한다. 이유는 보행의 속도, 체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함께 가면 상호 간 짐이 된다는 것이다. 외로움에 대해 답하기를 가는 곳마다 사람이 있고, 사람이 없으면 풀과 꽃들이 친구가 되고, 새들이 짓는 소리로 외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순간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함께해야 할 친구가 사람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머나먼 나그넷길에 끝까지 행복하게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데 그 함께할 친구가 길들여진 오랜 지기(知己)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는 행로에서 만나는 사람들, 자연들, 일들을 벗 삼으면 그 길은 안전하고 지루하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그러려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누구나 무엇을 대하든지 벗 삼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얼마나 먼 거리든, 어떤 낯선 곳이든, 아무리 힘든 과정이든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호가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많다. 이 혼란한 정국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 답은 혼란의 근본 원인을 알고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혼란은 서로를 친구로 보지 않고 낯설면 적(敵)으로 보는 데 있다. 같은 모양, 같은 색만 찾으니 혼란이 온 것이다. 우리 하나하나가 n분지 1이란 것만 인식하면 된다. 어느 누구도 1이 n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 길을 가다가 서로 속도가 안 맞으면 따로 가면 된다. 그래도 친구다. 억지로 속도와 보폭을 맞추려고 하지 말자. 그러면 곧 갈등과 충돌이 생긴다. 다 저마다 먼 길을 가는 나그네이다. 가다가 만나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일들을 그때 그곳에서 벗 삼을 수 있으면 된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두고 매우 화를 내면서 예수님께 돌아와 보고를 한다. 그들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병을 고치고 기적을 일으켜서 그들을 동류(同流)라 여기고 같이 가자고 했더니 따라오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이상히 여기고 불쾌한 마음으로 그들이 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예수님께서 도리어 제자들을 꾸중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마가 9:40). 그들도 같은 일을 하고 어디서든 좋은 일을 하면 된다. 꼭 당(黨)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다.

입춘이 지났다. 이제 저마다 이곳저곳에서 봄 소리를 낼 것이다. 얼어붙은 강이 쩍쩍 소리를 내면서 녹을 것이고, 동면(冬眠)에 들어갔던 파충류들과 벌레들이 하나씩 땅 위로 올라와 기거나 점프하는 작은 소리들을 낼 것이다. 아파트 주변에 심어진 꽃나무들 중에는 성질 급하게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도 보인다. 이제 그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이른바 봄의 교향악이 곧 울려 퍼질 것이다. 수성천변의 개나리로만, 두류공원의 벚꽃으로만, 동산의 청라언덕에 피는 백합화로만 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이 있는 만물들이 저마다의 모양과 색으로 옷을 입고 피어나는 중에 이것저것의 생명의 소리와 함께 아지랑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오를 때 봄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인간이 이런 자연의 오묘한 섭리에 순응할 때만 혼자 가든 함께 가든 모든 길이 평탄하고 행복할 것이다. 혼자 가도 함께 가듯이, 같이 가도 혼자 가듯이 가자. 그러면 이웃이 부대끼지 않는 자기 몸처럼 되어 참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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