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가능하게 법질서 세우고
직업교육 강화해 노동 유연성 확보
기업집단 집중된 경제력 분산토록
제도 설계'분위기 조성에 신경써야
최근 수출이 늘고 있다. 오랜 가뭄 뒤에 내린 단비라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대내외 여건이 모두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기가 기회라 하지 않던가? 이럴 때일수록 심기일전하여 작금의 어려움을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를 인체에 비유하자면 우리 경제는 현재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건강 척도인 역동성(dynamism)과 포용성(inclusion) 모두 낮은 것이 그 이유다. 우선,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거나 개천에서 태어난 사람이 용이 나는 사례 모두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인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는 역동성이 없으면 시장경제의 장점인 창조적 파괴가 살아날 수 없다. 또한, 높은 청년실업으로 많은 사회 새내기들이 경제적 자립은 고사하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생계비 마련에 급급하여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포용성 약화는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방치할 경우 공동체 의식을 잠식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역동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러면 역동성과 포용성은 어떻게 기를 것인가. 기본에 충실함이 답이라 생각한다. 여러분이 의사라면 대사성 질환 환자에게 무슨 처방을 내릴지를 상상해 보라. 균형된 식단과 적절한 운동이 처방의 핵심이 아니겠는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균형 회복이 체질 개선의 요체가 되어야 한다.
첫째, 공정한 경쟁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법질서를 엄정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다.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이 만연해서는 안 될 것이고 그릇된 정보로 거래 상대방을 속이는 부정행위는 엄격히 처벌하여야겠다. 경쟁은 어디까지나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모든 거래는 신의, 성실의 원칙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경제학에서 가르치는 경쟁은 결코 자유방임하의 무절제한 자유경쟁이 아니다. 정부는 경쟁과 거래에 관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강제하는 심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수되는 정부 개입이 시장 기능 훼손으로 터부시 되어서는 안 되겠다.
둘째, 역동성과 포용성이 함께 살아날 수 있도록 관련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수립, 집행됨이 바람직하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실업보험과 직업교육의 강화와 연계하여 추진한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면서도 실직자들의 재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도 단순히 소득 보전에 그치기보다 자생적 소득 창출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됨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역동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높이려면 일부 기업집단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갑질' 논란은 공정거래가 거래 당사자 간 선의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식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국의 기술 프런티어를 넓히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중소기업은 이에 자극받아 추격하는 경쟁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 설계나 분위기 조성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상에서 언급한 제반 정책 방향들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경제 문제에 접근하는 사회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를 좀 더 부연하자면 소비자의 후생만을 중시하기보다 근로 주권도 병행하여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좋은 경제(good economy)란 일을 통한 자아실현이 중시되는 경제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펠프스(Phelps) 교수의 말을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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