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문 "대통령 박근혜 파면"
제왕적 대통령 퇴진시킨 헌법 승리
대한민국 역사 새로운 전환점 마련
김정은'시진핑 이겨낼 지도자 기대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디서나 오만가지 걱정을 다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는 그 시간을 기다렸다.
대한민국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91일, 처음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10월 25일 자 담화문이 1차로 발표되고 나서 시민들이 토요일 저녁에 촛불을 들고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이 백성을 지켜 보고 계신 광화문광장으로 모이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그 숫자가 엄청남에도 질서 정연한 모범적 시위를 펼쳤으며 구호는 오직 "대통령은 하야하라" 바로 그 한마디뿐이었다. "통진당의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등의 불순한 발언은 전혀 없었고 그런 불순분자가 끼어들면 시위대가 용납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수가 늘어나는 이 평화적 시위를 보면서, 이미 그 담화문을 통해 "비선 문제에 있어 오늘 나의 입장이 매우 민망하다"고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국민에게 '사과' 아닌 '사과'를 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자백했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하야를 당연한 수순으로 믿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어쩌자고 친분이 두터운 한 여인, 아무런 공직도 갖고 있지 않던 한 개인을 아무도 모르게 만나면서 그에게 지나친 특혜를 베풀어 국정을 농단하였는가? 국민은 그런 불법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만일 대통령이 그 담화문에서 '비선 정치'의 존재를 시인하고 나서, "국민 여러분, 나는 이 엄청난 과오를 뉘우치며 하야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라고 한마디하고 청와대에서 이사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촛불 시위를 할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모습도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아름답게 간직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은 그 촛불 시위에 정치인들이 끼어들면서부터 일반 국민의 오해가 시작되었고 그 촛불 시위에서 들려오는 반국가적인 과격한 구호 때문에 "빨갱이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게 되어 "대한민국을 김정은의 밥이 되게 할 수 없다"는 '애국지사' '우국지사'들이 태극기를 들고 서울역과 시청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흡사 촛불 시위에 맞불을 놓은 꼴이 되었다. 그 숫자가 주말마다 늘어나 시위의 규모가 올해 3'1절 저녁에는 촛불 시위보다 더 커진 것이 사실이었다.
태극기의 힘이 그렇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대통령을 보필하기 위해 등장한 이른바 변호인단의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격려의 말이 대통령의 판단력을 마비시켜 "나는 죄가 없어요"라고 믿게 된 것이다. 박근혜는 이 모든 혼란이 '배신자들의 정치적 음모'라고만 생각되었을 뿐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상실한 셈이었다. '태극기 시위'에서 "박근혜는 동전 한 푼 먹은 게 없다"고 외치는 그 한마디가 사실이고 박근혜의 입장으로서는 그런 고마운 위로가 없었을 것이다. 태극기를 들고 나온 '애국인사들'은 엉뚱한 구호를 외치게 된 것이다. "박근혜는 무죄다."
그날 오전 11시 헌법재판소는 임기가 만료돼 물러난 박한철 소장의 자리를 하나 비워 놓고 8인 전원이 참석하여 소장 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이 그 당당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했고 TV 화면을 지켜보던 우리 모두는 숨을 죽인 채 긴장하고 앉아 있었다. "박근혜는 국정 농단의 책임을 면할 수 없으므로 파면을 선고한다." 한국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국정을 농단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은 파면당했고 일개 시민으로 당장 신분이 바뀌었다.
'인용'이건 '기각'이건 헌재의 결정으로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잘못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걱정이다. 어제 "헌재의 이번 결정은 1천500만 촛불 시위의 승리, 민중의 승리입니다"라고 떠드는 어느 정당의 대표를 향해 내가 TV 생방송에서 "그런 소리 마시라. 촛불 시위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의 승리다"라고 일갈을 했다. 이 헌법만 있으면 '제왕적 대통령'의 목을 한칼에 베어버릴 수도 있는데 무슨 '개헌'이 또 필요한가 생각했다.
어느 일간지의 박정훈 논설위원이 '우리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훌륭한 글을 한 편 썼다, 김정은도 시진핑도 푸틴도 아베도 트럼프도 다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이들을 모두 다 이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지도자는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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