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아시아 최대'인 문화 행사가 있다. 2006년부터 격년제로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다. '아시아 최대 사진예술축제'를 표방하며 여섯 번이나 열렸지만 국제행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라서 '사진도시 대구' 이미지에 오히려 먹칠을 하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개최 10여 년이 됐지만 자리매김은 요원해 보인다. 특히 지난해 제6회 행사는 최악이었다. 시민들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받았다. 혈세가 12억원이나 투입됐는데 유료 관람객 수는 6천800명에 불과했다. 벼락치기식 준비가 원인이었다. 예술감독이 개막 7개월 전에 선임되고 전시계획안도 행사 5개월 전에 확정됐으니 잘 될 수가 없다.
안 되는 집안일수록 다툼이 많은 법이다. 비엔날레 실패를 놓고 대구시와 사진계는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 시는 지역 사진계의 밥그릇 싸움과 자기 사람 챙기기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진계는 시의 과잉 간섭과 딴지걸기, 철학 부재 등이 더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열린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총회에서는 원인과 대책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지만 접점은 없었다.
시는 지역 사진계에 맡겼던 주관 권한을 회수해 대구미술관'대구문화재단에 맡기는 방안을 관철시키고 싶어하지만, 사진계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지원기관이지 집행기관이 아닌 대구문화재단에 비엔날레를 맡기겠다는 시의 계획에 대해 지역 문화계는 시가 재단을 앞세운 뒤 사실상 비엔날레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엉망이 된 데에는 일차적으로 지역 사진계에 책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시 잘못이 더 크다. 주관기관만 바꾸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대구에서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의 성공 사례가 있다. 조직위원회를 원점에서 재구성하고 실무 전문가들로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비엔날레 준비를 맡겨야 한다. 결국, 조직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적임자부터 찾아야 한다. 또한 비엔날레가 성공하려면 권영진 대구시장의 관심과 성공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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