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명 등장 때 '태극기 부대' 야유·환호 엇갈려

집회 현장 연상케 한 비전대회

17일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자 비전대회는 대통령 탄핵 결과에 불복하는 태극기집회를 방불케 했다. 태극기를 든 참석자수백 명이 몰려와 목소리를 높였고, 김진태 의원'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일부 후보자들은 홍보물에 태극기 그림을 넣어 '태극기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한국당은 대선 후보 9인의 정견 발표를 듣는 '후보자 비전대회'를 열었다. 각 후보 지지자들은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사전 응원에 돌입하는 등 행사 시작 전부터 열기를 끌어올렸다.

태극기 부대는 후보자 정견 발표가 시작되기 전 당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발언할 때 "내려와!" "물러가라!"고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거친 말과 욕설을 쏟아냈다. 이들은 거친 야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준비해온 발언을 마쳤다.

또 한국당 홍보 영상에 당 지도부가 등장할 땐 태극기 부대를 중심으로 강한 항의가 이어졌으나 홍준표 경남지사 측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사회자인 김명연 의원은 "성숙한 당원 의식을 보여달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생중계되고 있다"고 자제를 권했다.

이날 호응이 가장 뜨거웠던 후보는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진태 의원이었다. 김 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지자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김진태"를 연호했고, 그가 말을 끝마칠 때마다 환호했다.

김 의원은 "저 좌파들에게 정권을 내주면 오늘처럼 애국가 불러보지도 못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를 수도 있는데 그러면 되겠나. 태극기를 들고 오셨는데 정권을 뺏기면 태극기를 흔들기는커녕 관공서 태극기에 국적 불명의 노란색 리본(세월호 추모 상징물)을 달아야 한다"며 '태극기 맞춤형' 멘트를 쏟아냈다. 행사가 끝난 뒤 김 의원은 "대통령! 김진태"를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퇴장했다.

후보들은 앞다퉈 대통령 탄핵에 실망한 민심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자연인으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가 불편하시면 경북도지사인 제가 고향(경북)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개인의 탄핵이 아니다. 대통령의 탄핵은 우리 대한민국 정치권의 탄핵"이라며 책임을 정치권에 넘겼다.

9명의 후보 중 마지막으로 연설한 홍준표 지사는 문재인'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가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정권 2기'라며 비판했다. 홍 지사는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면 '노무현 2기' 그것은 정권 교체가 아니다"며 "안희정 정권이 탄생해도 '좌파정권 노무현 2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이혼한 게 아니고 별거한 것이다. 별거할 땐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는데 한마음이 돼서 대선에 임해야 한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태극기 부대 측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편, 한국당은 비전대회 직후 후보 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18일 1차 컷오프 통과자 6명을 발표한다. 여론조사는 책임당원 70%, 일반국민 30% 비율로 실시되며 18일 오전 중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또 1차 컷오프 통과자 6명은 이어 19일 팟캐스트 토론회를 하고, 여론조사를 거쳐 20일 본경선 진출자 4명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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