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양반은 계속 3급수 드시고 계세요." "저 기자 양반은 질문이 좀 못됐더라."
지난 30일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기자회견에서 홍 지사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홍 지사의 대선 공약인 식수(食水) 정책을 발표하는 이 자리에서 반말과 꾸중(?), 면박이 넘쳐났다. 식수댐 건설 시 지역 주민 반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기자 양반은 3급수 드세요. 4대강 사업 때문에 녹조가 생겼다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무안을 줬다. 한 기자에게는 소속 매체 이름을 거론하며 "XXX의 기자 양반은 질문이 못됐더라"고 했고, 또 다른 방송 기자에게는 보도 내용을 두고 "허위 방송, 거짓말 방송"이라고 했다.
홍 지사는 공격에 능한 정치인이다. 특히 경상남도를 '채무 제로'로 만들기 위해 반대를 이겨내며 밀어붙인 배짱은 "홍준표여서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격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 홍 지사의 가장 큰 약점은 '경청'이다. 최근 홍 지사와 만난 한국당의 한 국회의원은 "남의 이야기를 잘 안 듣는다. 만약 대통령이 되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홍 지사는 자신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교하며 '스트롱 맨'이라고 강조한다.
언론을 존중하지 않고, 듣지 않는 태도만 봐도 두 사람은 닮은꼴이다. 올해 1월 11일 당선인 신분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가 질문하자 "당신들 매체(CNN)는 끔찍하다. 가짜 뉴스다. 조용히 하라"며 무시했다. CNN이 러시아 정보요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설적인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강한 남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취임 69일 만에 35%로 떨어졌다.
대선 후보를 밀착 취재하는 기자들은 20, 30대가 주를 이룬다. 홍 지사는 1954년생, 만 62세로 현장 기자들의 아버지뻘이다. 정치인과 기자는 아버지와 아들'딸 관계가 아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단기간 새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이번 대선에서 기자들은 아무리 나이가 어릴지라도 국민을 대표해 질문할 권리가 있고, 대통령 후보는 질문을 듣고 성실하게 답할 의무가 있다. 기자는 대통령 후보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국민이다. 국민의 질문에 귀를 닫는 대통령은 전임자 한 명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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