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은 일곱 가지 결점을 감추어 준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훌륭한 외모가 모자란 점을 가려주는 가림막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겉 이미지가 그 사람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내면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외모를 가꾸는 이유다. 많은 대중을 접하는 사람일수록 표정과 옷차림, 머리 모양새, 제스처, 매너, 화술까지 다듬고 호감을 사기 위해 애를 쓴다.
미국에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이미지만 보여주고 선호도를 물었더니 좋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70%였다. 실제 이를 선거에 적용해보니 득표 결과가 비슷했다. 유권자 68%가 이미지가 좋은 후보를 뽑은 것이다.
1960년 제35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정치 이벤트였다. 닉슨과 케네디의 TV 토론회에서 케네디는 젊고 패기에 찬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판세를 뒤집었다. 아이젠하워 재임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닉슨은 논리적이고 노회했다. 하지만 화면에 비친 그의 늙고 초췌한 이미지는 케네디와 크게 대비됐다. TV 시대에 전혀 이미지를 관리하지 않은 닉슨과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까지 동원한 케네디의 싸움은 말 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미지가 선거를 지배한 것이다.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가장 놀라운 이미지 변신을 꾀한 인물을 꼽자면 안철수 후보다. 뉴스 화면에 등장한 그의 표정과 헤어스타일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목소리의 변화는 극적이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굵고 강한 목소리로 내지르는 '샤우팅' 연설까지 구사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11년 '청춘콘서트' 당시나 18대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 보였던 얼굴빛이 아니라는 점은 개인적으로 느낀 아쉬움이다. 맑고 온화한 표정이 그새 많이 일그러지고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좋게 보면 정치인의 독기가 느껴지지만 정치판의 때가 묻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얼굴 상이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을 떠올린 까닭이다.
영화 '관상'에서 한명회와 조우한 내경(송강호)이 바다를 응시하며 내뱉은 대사다. "사람의 관상만 보았지, 시대를 보진 못했소. 파도만 보고 바람은 보지 못한 거지,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훌륭하고 세련된 외모가 결점을 가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결점 뒤에 가려진 본모습을 찾아내는 건 보는 사람의 몫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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