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법인세 인상, 부작용 막을 대책은 있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27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방송연설을 통해 정반대의 정책을 제시했다.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기업의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그 폭은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p)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만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건 게 아니다. 주요 대선 후보 중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한다.

이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각국은 다투어 법인세를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9개 국가가 그렇게 했다. 이에 따라 OECD 회원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프랑스(34.4%), 벨기에(33%), 일본'독일(30%) 정도다.

이들 국가가 법인세를 내린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재정수입 감소 우려가 있지만, 법인세 인하에 따른 외국인 투자 확대와 일자리 증가라는 득(得)이 재정수입 감소라는 실(失)을 벌충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인세 인하로 민간기업의 활력이 증대되면 세율 인하에도 세수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영국이 20%인 법인세율을 오는 2020년까지 17%로 더 낮추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주요 대선 후보들의 법인세 인상 구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데 우리만 올린다면 외국인 투자 감소와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이란 악재는 불문가지다. 그 결과는 국내 일자리의 총체적 감소다. 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 올리면 성장률은 1.13%p 하락하고 고용도 0.3~0.5% 감소한다고 한다.

세율을 높인다고 세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그렇게 믿지만, 세율과 세수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이론과 현실 모두에서 이미 입증됐다. 2013년부터 법인세율을 20%에서 23%로 올렸지만 2014년 총 세수는 법인세율을 올리기 전인 2012년보다 4.2% 감소한 그리스는 좋은 실례다.

이런 사실로 미뤄 법인세 인상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주요 후보들은 이런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법인세를 올리겠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런 대책 없는 법인세 인상은 재원 대책 없는 공약 남발만큼이나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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