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명예·권력 아무리 넘쳐나도
서로 다투면 부족해져 갈등 반복
서로 사양하고 나누고 존중하라
오늘은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인간의 존귀함을 일깨워준 스승이며, 모든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인간의 영원한 고민, 나고 죽는 문제, 행복과 평화의 진리를 밝힌 석가모니 탄신일이다. 부처님은 인간이 본래 완성돼 있는 '부처'이며, 상대방을 부처로 모실 때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평화가 찾아온다고 설파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 표어는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다. 모든 인간은 성별과 나이, 사상, 종교, 빈부, 취향과 같은 모든 차별로부터 해방돼야 한다는 대자유의 선언이다.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 역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란 올 봉축 표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말씀은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처음 하신 탄생게의 말씀과 같은 의미이다. '天上天下 唯我獨尊(천상천하 유아독존) 三界皆苦 我當安之(삼계개고 아당안지)-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니 온세상 모든 괴로움,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부처님의 탄생게는 오직 부처님만이 존귀하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인간뿐 아니라 미물까지도 차별 없이 그 존재 의미가 각각 다 존엄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해 주는 위대한 인본 선언이며, 인류와 모든 생명체의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봉사와 복지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주지 취임 1년이 지났다. 소감은.
▶지난 1년은 총림의 화합에 역점을 뒀다. 총림이란 말은 원융화합(圓融和合)을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생하며 서로 발전해 간다는 말이다. 반목과 갈등으로 인해 소모되는 사회 갈등 비용이 GNP의 30%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반목과 갈등은 쉬고, 서로 화합하고 소통해 사회 갈등으로 소모되는 비용을 절감해 나간다면 못 할 일이 없다. 그동안 화합과 소통에 관심을 갖고 지내왔다.
-시민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은.
▶대구 시민과 함께하기 위한 방편으로 통일약사불을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원하는 분은 언제든 출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입장료 폐지 부분은 동화사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문이 있어 시행을 못하고 있다. 역사, 문화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해 시민들이 더 친근하고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일정 부분의 협조가 이뤄진다면 적극 검토하겠다.
-경기 침체에다 양극화가 심하다.
▶계층 간의 갈등, 양극화 심화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병리 현상이다. 거기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니 모든 이들이 다 어렵다. 운거도응 선사라는 분이 계셨다. 어떤 이가 스님에게 묻기를 '우리 집에 솥이 하나 있는데, 평소에 떡을 찌면 셋이 먹기에는 부족하나 천 사람이 먹으면 남으니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니 다른 스님들이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할 때 운거 선사가 말했다. 쟁즉부족(爭卽不足)이요, 양즉유여(讓卽有餘)로다. '다투면 부족하고 사양하면 남는다'는 법문을 하셨는데, 우리가 어려울수록 서로 사양하고 서로 위무(慰撫)해야 할 것이다.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 아무리 많아도 서로 다투면 부족하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것도 서로 사양하면 남듯이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부족하고 없어서 갈등하고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가지려고, 더 쌓아 두려 하고, 더 많이 취하려는 데에서부터 대립과 투쟁이 시작된다. 그러니 무엇보다 서로 사양하고, 서로 나누고, 존중하며,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종교 간 화합에 대해.
▶사회 통합에는 무엇보다 종교 간 화합이 중요하다. 서구 사회에서도 보듯이 문명을 구성하는 많은 인자 가운데 가장 꼭지점이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국가(IS)라는 것도 결국 종교 간의 갈등, 문명 간의 충돌로 빚어진 결과가 아니겠나? 그러므로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서로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하실 말씀은.
▶달나라, 별나라가 먼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손까지가 먼 거리라 했다. 그만큼 우리가 몸소 행동하고 실천하는데 게을렀다는 것이다. 세상은 나의 거울이다. 거울 앞에 서서 내가 먼저 웃어야 거울이 웃지, 내가 웃지 않으면 거울은 천 년, 만 년이 지나도 웃지 않는다. 세상을 향해 내가 먼저 웃고, 세상을 향해 우리 모두가 서로 먼저 손을 내밀고 실천적일 때 우리 사회는 대동(大同)의 태평시대가 훨씬 앞당겨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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