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대통령에 바란다

대통령선거일이 4일 남았다.

북핵 문제와 사드(THAAD) 배치, 중국발 미세먼지, 사과 없이 용서를 요구하는 일본에 이르기까지. 거센 파도에 흔들리는 쪽배 신세가 된 대한민국호를 생각할 때 새로운 선장이 될 대통령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선거인 것 같다. 이 시점,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과거의 예를 통해 생각해보게 된다. 많은 성군과 현자들이 있지만,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참고가 될 만한 왕은 광해군이다.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당시 17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로 세자에 책봉되었다. 광해군은 피란을 가버린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평안도나 강원도, 황해도 등지를 돌며 민심을 수습하고 경상도나 전라도 등으로 가 군량을 모으고 군기를 조달하는 등 전쟁의 승리에 상당한 공로를 세웠다. 그 공으로 광해군은 1608년 왕위에 올랐다.

당시 조선의 상황은 매우 어려웠다. 오랜 전란으로 나라는 황폐해졌다. 밖으로는 여진족이 세운 후금이 득세해 명과 전쟁을 벌이면서 조선에 압력을 가했으며, 임진왜란 참전으로 국력이 약해진 명은 조선에 원군을 요청했다. 의리와 인정으로 보면 당연히 참전을 해야 했을 것이나 광해군은 냉철한 상대 인식과 실용적 판단으로 명을 위해 원군을 파견하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후금에 투항하게 하는 등의 중립 실용 외교로 조선이 다시금 강대국들 사이에서 전란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했다.

결국, 조선의 복이 다한 것인지 숭명배금(崇明排金) 정책과 영창대군의 사사(賜死)가 빌미가 돼 광해군은 1623년 인조반정으로 폐위됐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그의 중립 실용 외교와 개혁적인 정책들이 재조명되고 있으니 이는 광해군이 철저히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6세기 상황을 온갖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21세기 국제 정세에 단순 대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영합해 스스로 구원자나 스타가 되려고 하거나 도덕적 명분에 사로잡혀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때로는 답답하고 인정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누구보다 국민 편에서 국민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부디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냉철한 분석과 판단력으로, 굳건함과 실용으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되길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