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 라이온즈, 대구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구단 되라

요즘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계에서 '동네북' 내지 '호구'로 불린다. 타 구단이 승수를 쌓는데 아주 좋은 제물이 돼 주기 때문이다. 4일 현재, 5승 2무 21패로 9위 한화와 무려 6게임 차가 나는 독보적인 꼴찌다. 야구 도시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시민들을 부끄럽게 하는 성적이다. 그런데도, 구단이 반성하거나 분발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더니만, 불과 2년 전 페넌트레이스 5년 연속 1위에 빛나는 팀이 이렇게 급전직하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해 9위를 할 때만 해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꼴찌에서 반등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역대 최저승률(1982년, 삼미의 0.188)에 도전하고 있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삼성 추락의 원인으로 초보 감독에 미약한 전력, 프런트의 의지 부족 등을 꼽는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구단의 잘못된 경영 방식에 있다. 지난해 1월 대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팬서비스는 뒷전이고 수익에만 열을 올리는 저급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으로 인한 부대 수입만 챙기고, 선수에 대한 투자는 크게 줄이니 성적이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성적이 돼야 관중이 몰리고 수익도 함께 늘어난다. 현재 구단의 경영 방식은 몇 년간 쌓아놓은 '곶감 꼬치'에서 곶감을 하나씩 빼먹고 있는 것뿐이다. 곶감을 빼먹다 보면 남는 것은 꼬챙이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명문 구단이 거의 몰락한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도 구단이 그리 답답해하지 않는 것을 보면 성적보다는 수익에만 신경을 쓰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삼성의 행태를 볼 때 당분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1960년대부터 '야구도시'로 이름 날리던 대구의 명예가 심하게 훼손될까 걱정스럽다. 삼성은 돈만 따지지 말고, 어느 정도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라. 그것이 연고지 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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