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캠퍼스엔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많이 보인다.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서로를 찍어주며 거리를 거닌다. 부럽다. 연애하고 있다는 것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올해는 솔로를 탈출하자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지만, 글쎄. 올 크리스마스도 남자 친구가 아닌 '여자사람친구'나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케빈과 보낼 것 같다.
솔로 부대를 이탈하지 말자고 친구들과 얘기하지만, 이탈하는 사람은 생긴다. 친구의 솔로 탈출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의 SNS이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 메시지에 다른 이와의 '연애 중'이 뜨는 것을 보면 연애를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맛집이나 데이트 코스에 서로를 태그하기도 하고, 같이 찍은 사진을 설명과 함께 올리기도 한다. 친구가 너무 많이 올리면 조용히 '팔로우'를 끊기도 한다.
잘 사귀다가 관계가 소원해진다거나 헤어진 것도 SNS를 통해 알 수 있다. 몇 가지 단서가 있다. 늘 커플 사진이었던 프로필 사진을 내리고 셀카나 다른 사진으로 바뀌었을 때, 연애 중이 잠시 사라졌을 때 등이다. 혹시나 하고 '남자 친구랑 싸웠어'라고 물어보면 남자 친구가 친구를 얼마나 서운하게 했는지 들을 수 있다.
커플의 헤어짐은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올려두었던 커플 사진이 어느새 싹 다 정리되거나, 상대방을 그리워하거나 잘해주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글이 올라오면 이별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친구가 늘 같이 사진을 찍던 남자가 어느새 다른 남자로 바꿨을 때도 있다. 남자 친구가 바뀐 것이다. 사진 한 장이 참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물론 나도 연애를 하면 다른 이들처럼 SNS에 사진을 올리고 '사귄다'는 티를 낼 것이다. 옛날엔 '어차피 헤어지면 다 지워야 할 사진들을 뭐하러 굳이 저렇게 다 올릴까'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뭐든지 보고 보이는 사회에 '연애'마저 그 대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한 때도 있었다.
SNS에 사진이나 글을 게재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나의 사생활을 남에게 보여주게 된다. 사랑마저 대상이 되자 어떤 이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를 개인의 자유이며 자기만족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표현'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SNS가 사랑의 새로운 창구가 된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편지에 담아주었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이것도 우리 세대만의 꽤 낭만적인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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