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려면 한미 군사동맹 존중
새 대통령, 사드 배치 백지화 불가능
대선 유력 후보 "미국에 NO 할 수도"
일본도 하기 힘든 얘기 할 수 있을까
5월 9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는 무사히 치러질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아직도 상당수 지구 상에 존재하지만 한국은 어떤 선거라도 탈 없이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끼어들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결선투표 같은 또 다른 선거가 없기 때문에 몇 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게 돼 있으므로 개표가 끝나면 19대 대통령이 탄생하게 마련이다.
미리 점치기는 어렵다. 기호 1번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많은 표를 받아도 40%는 안 되고 30% 선에서 최고 득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게 되면 기호 2번과 3번이 남는 표를 나누어, 20%씩 차지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남는 표를 또 나눠 가지게 되겠는데 득표가 5%도 안 돼 기탁금 3억원을 몽땅 날리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후보들의 마음은 매우 착잡할 것이다.
"반미(反美)가 뭐가 나쁩니까?"라고 호통을 치던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 사람 있어서 미국과의 친선 관계만이 아니라 혈맹(血盟) 관계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는데, 그 16대 대통령을 계승하겠다는 후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면 두 나라의 관계가 껄끄럽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돼도 될 텐데 왜 당선도 되기 전에, "나는 미국을 향해 'NO'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주제넘은 소리를 토해 버렸을까? 당선된 뒤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 매우 당연한 말을 왜 미국인의 귀에 거슬리게 미리 던져 놓았는가? 나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반미(反美)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반미주의자들을 미워하는 까닭은 그러다가 국가의 안보를 위기로 몰아넣을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만일 철이 없어서 또는 어떤 독한 의도를 가지고 미국의 방어체계에서 한국을 스스로 도려내면 장차 또다시 루트-다카히라협정(1908년)으로 종당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밀려나 고아처럼 되었다가 일본에 삼킴을 당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는가. 그런 비극의 재발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존중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이지 다른 동기가 있을 리 없다.
기호 1번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노사모들'이 모여들어 19대 대통령이 수월하게 난국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도 잘못이다. 설사 1만 명이 모여 1개 사단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병력만 가지고 대한민국을 통치할 수 없는 일이다. 20%나 10%밖에 지지가 없는 정당들의 지원과 협력도 얻어야만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냉혹한 현실 앞에 서서 가까스로 당선된 대통령이 그 소임을 다할 수 있을까?
만일 19대 대통령의 처사가 금위사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자중지란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고 그런 사례는 역사에 비일비재라고 하겠다.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얄팍한 욕심으로 다소 재미를 볼 수는 있지만 그런 양보나 타협이 엄청난 후유증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정체성 문제는 권력 내부에서 불붙게 마련이다. 권력 밖에서는 그 사다리를 흔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예컨대 '사드' 배치 같은 어마어마한 일을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이제 와서 백지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한둘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범행을 꿈꾸는 악한들이 알려진 테러단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은 미국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미국의 특공대가 속전속결로 처치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었던가? 파나마의 노리에가라는 독재자는 제멋대로 나가다가 미국의 첩보부대에 의해 생포되어 미 본토의 어느 형무소에 수감돼 있었다. 한국과 미국은 결코 그럴 수 없는 사이라고 하지만 '예측불허'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오늘의 미국 시민들도 전전긍긍인 것도 사실 아닌가?
한국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NO'라고 해야 할 일이 딱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도 못 하는 'NO'를 한국 대통령이 과연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의심스럽다. 생각할수록 걱정이 태산 같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