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때 도자기공장 다니며 배워
1년 만에 '꼬마 장인' 탄생 소문
집중력 위해 주로 새벽에 일해
전시회 수익금 모아 빈농 전달
"네, 저를요? 아이코, 부끄럽습니다…. 그럼 그날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봐도 서류에는 분명 85세다. 전화기로 듣고 답하는 게 여간 또렷한 게 아니다. '노인인데….' 며칠 뒤 문경 당포리 도천자기미술관에서 만난 그는 허리가 다소 굽었을 뿐 조금 전까지 자기를 만들다 온 현역 기술자였다. 반갑다며 잇몸을 드러내고 웃어 보인다. 옷과 신발에는 흙이 장식처럼 묻어 있다. 흑유자기로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된 문경의 도천 천한봉 옹이다.
-자기를 만든 지 70년이 넘었다.
▶자기는 저의 운명입니다. 14세 때 관음리 도자기공장에 처음 왔어요. 기술자(도천은 '거나꾼'이라 칭했다)가 되는 게 목표였어요. 기술자들은 하루 쌀 반 가마니를 품으로 받았으니까. 기술자가 쉬는 시간에 보조로 일하다 보니 1년도 안 돼 기술자가 됐어요. 문경시내에 22개 자기 공장이 있었는데 꼬마 대정(도자기를 굽는 장인)이 탄생했다는 소문이 났지요.
-하는 일이 보람되나.
▶밥 먹고 살려고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지금은 전통문화를 잇고 보존할 수 있어서 보람되고. 거기에 사회 환원도 하게 되니 얼마나 보람이 있겠어요. 전시회라는 걸 열어서 수익금을 빈농들에게 전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목표가 있나.
▶1974년 일본에서 이도다완(井戶茶碗)을 봤어요. 처음 봤을 때 시시했을 정도였지요. 조선에서는 서민들이 쓰던 잡기였거든요. 어찌 이런 걸 이다지도 보물로 신성시하나 싶더라고요. 일본인들의 평가는 달랐어요. '미완의 미, 일그러진 실패작에서 미의 극치를 찾았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내가 그 단절된 문화를 복원해내겠다면서 달려들었지요.
-라이벌이 있나.
▶문경에서 도자기하는 이들의 반은 저의 제자입니다. 40명쯤 됩니다. 일본의 도자기하는 사람들을 라이벌이라 부를까. 오히려 자기를 만들어온 선조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하겠네요. 이도다완을 재현하려 애쓰니까.
-직업병이나 습관 같은 게 있나.
▶남한테 일을 못 맡겨요. 쉬지 못하는 게 직업병이죠. 한 번 시작한 일은 무조건 마무리를 다합니다. 결론을 내야 뭐가 잘못됐는지 아니까요. 좋은 의미의 '집중력'이라고 해둡시다. 그래서 새벽에 일을 해요. 손님이 안 오는 시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지요.
-시간대별 일과를 말해달라.
▶자정을 좀 넘겨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지요. 오전 4시에 새벽참으로 누룽지나 수프를 먹고요. 8시쯤 아침식사를 해요. 정오에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5시에 저녁식사, 오후 6~7시가 취침시간입니다. 몸 상태에 따라 오전 중이나 오후 중 1~2시간씩 잠을 자요.
-70년간 일하며 깨우친 삶의 지혜는.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해보라는 겁니다. 기술은 노력하면 누구든 배울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기술을 전하는 이의 행동까지 따라 해보세요. 완벽한 모방은 거기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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