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정치 활동의 양면성

지난 16대 국회에는 여야 의원 7명으로 구성된 '멍텅구리' 모임이 있었다. 말 그대로 멍청이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모임의 시초가 재밌다. 당시 한나라당 강신성일 신영국 현승일 의원과 민주당 유재건 의원 등 7명은 본회의장을 끝까지 지키기로 유명했다. 본회의가 아무리 늦게 마치더라도 끝까지 본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본회의마다 자신들 7명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융통성 없는 서로를 '멍청이'라고 생각했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근감을 가졌고 날을 정해 밥이나 한번 먹자고 추진한 것이 정식 모임이 돼 버렸다. 이후 현 의원이 모임 명칭의 어감이 좋지 않다며 '명통구리'(明通求理'명확하게 꿰뚫어 밝은 이치를 찾는다는 뜻)로 개명했다.

'멍텅구리'가 꾸벅꾸벅 졸면서도 본회의장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유는 '학생이 수업을 빼먹을 수 없다'는 지론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회 활동은 열심인지 모르지만 지역구 활동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일부 동료 의원은 "회의 참석이 지역을 위한 길이라면 나는 밤이라도 새울 것"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같이 정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정치적 활동은 어느 부분을 조명하고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대한 호평이 대단하다. 거의 하루에 한 차례 이상은 대민 접촉이나 현장을 나간다.

지난 15일에는 미세먼지 대책을 강조하기 위해 서울 양천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미세먼지 대책 발표-초등학교 방문' 간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어 보이지만 정작 문제는 교통이었다. 대통령 도착과 출발 시간에는 신호가 통제돼 주변 교통은 거의 마비가 됐다. 한 노인이 경찰이 재촉하는 호루라기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넓은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친서민'탈권위를 표방하는 문 대통령이지만 본인만 그렇다고 다들 편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대통령을 경호하는 이들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고,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야 하는 노인 같은 서민들의 또 다른 불편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행보는 즉흥적이어서는 안 되고, 제반 문제를 헤아린 다음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극단적으로 투명하거나 탈권위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나 알려지지 않은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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