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벼룩시장을 기웃거리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얼마 전 꽃 중년들이 바지통이 좁은 골반 바지를 입기 시작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의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한결같이 통 넓은 바지였다. 펄럭펄럭하는 바지다. 유행에 뒤떨어진 옷이다. 아내가 다른 옷을 개비하란다. 나는 싫다. 이런 옷들이 좋다. 언젠가 유행이래서 통 좁은 바지를 입어 봤더니 영 불편하다. 편안함을 추구할 것인가 유행을 따를 것인가 목하 고민이다. 유행을 따르면 세련되게 보일 것은 분명하나 그 불편함은 어찌할까? 불편도 습관이 되면 괜찮다지만 시도 자체가 싫다.

5년 정도 외국에 살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행이라는 게 딱히 없어서 자신의 개성대로 옷을 입으면 된다. 배 바지면 어떻고 나팔바지면 어떠리. 유행보다는 실리를 더 중요시한다. 중고를 파는 벼룩시장은 늘 북적인다. 옛날 것을 더 선호하는 문화 때문이리라. 벼룩시장에서 보물을 캐내려고 그들은 늘 기웃거린다. 사람 빼놓고 다 판다는 벼룩시장은 눈요깃감으로도 좋다. 토요일 딱 하루만 열리는 벼룩시장에 오늘은 무슨 물건이 나왔을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찾아가던 기억이 꿈틀거린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벼룩시장은 있다. 서울 청계천과 동대문 인근엔 그들보다 더 큰 벼룩시장이 있다. 대구는 글쎄다. 대구는 벼룩시장을 잘 못 본 것 같다. 잠깐씩 펼쳐지는 '아나바다' 같은 건 봤어도 상설 벼룩시장은 못 봤다. 벼룩시장도 도시민들의 성향에 따라 성행 여부가 결정될 거 같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곳에선 벼룩시장이 성행하지 않을 거 같다. 벼룩시장이 크게 열리느냐 열리지 않느냐에 따라 그곳 도시 사람들의 성향을 엿본다면 난센스일까? 허나 분명 상관관계는 있을 듯하다. 벼룩시장을 통해 그곳 주민들이 실리적이냐, 의식적이냐 하는 면면은 엿볼 수 있다.

외국에선 벼룩시장을 풍물시장으로 크게 활성화한다. 일 년치 임대료를 받아 붙박이로 그들을 붙잡아 둔다. 할 일 없고 무료한 날은 벼룩시장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옛 친구를 만나는 행운도 따르고, 만원만 주면 질 좋은 통가죽 신발도 얻어걸린다. 다리가 불편한 한국 손님을 모시고 오천원짜리 쌍목발을 사 준 기억도 좋다. 그분은 여행 내내 나에게 감사했다. 흥정하는 재미도 좋다. 2만원 부르던 중절모자를 만원 주고 사서는 온종일 기분이 좋다 못해 그 모자만 보면 아직도 기분이 좋은 것은 나의 속물근성 때문일까? 아무튼, 유행보다는 실리에 눈을 뜬 도시민들이 애용하는 그런 벼룩시장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차 밀리는 도심보다는 한적한 곳이면 더욱 좋겠다. 언제라도 찾아가는 목로주점이 아닌 언제라도 기웃거릴 수 있는 벼룩시장 하나 만들어지면 좋겠다. 일방적으로 사고파는 곳이 아닌 내 물건도 내다 팔 수 있는 그런 쌍방향 벼룩시장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조갑제 조갑제TV 대표는 19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공산주의와 유사한 정신질환으로 비판하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선거론이 확산하는 것을 우려...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 중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올해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A)를 받았고, 나머지 기관들은 대부...
19일 대구 호텔수성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 동문 축하연'에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임종식 경북...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친 양보라며 불만을 표명한 가운데, 이란과의 협상 이후 호르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