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친 질감에 묻어나는 평화로움

경주 솔거미술관 박수근전 8월 말까지

박수근 작
박수근 작 '나무와 여인'

유화'드로잉 등 통일신라 작품과 닮아

최전방 군 복무지로 알려진, 인적이 드물어 순수한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된 강원도 양구까지 가야 볼 수 있었던 국보급 화가 박수근(1914~1965)의 전시장이 경주 솔거미술관에 들어왔다. 그의 작품 1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8월 말까지다.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의 유화, 드로잉, 판화 탁본, 옵셋 판화 등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은 '태평천하'를 새겼던 통일신라의 미술작품과 닮았다. 평화로움이다. 그래서인지 적잖은 평론가들은 박수근의 작품을 신라 불상에 빗대 설명했다. 사실 박수근의 작품은 '최고 경매가'라는 연관 검색어가 붙을 정도로 세간에는 '비싼 그림'이라는 이미지로 윤색돼 있다. 그러나 경매시장에서 국내 최고가액을 다투었기에 고귀하게 바라볼 필요는 전혀 없다.

그의 작품은 '평화'와 '사랑'으로 압축된다. 세상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그의 모든 작품에 묻어난다. '나무와 여인' '시장의 여인' '여인과 소녀들' 등에 등장하는 피사체는 아이의 손을 잡고, 보호하고, 세파를 견뎌 이겨내려는 모성을 뿜어낸다. 박수근 특유의 거친 질감은 이미 지워져 흔적을 겨우 찾을 것 같은, 오래된 불상의 온화한 미소를 증폭시키는 기재처럼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평화롭게 품는다.

실제 박수근은 생전 경주 남산의 자연에 심취해 화강암 속 마애불과 석탑에서 본인만의 작품기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박수근의 작품을 감상하고 따라오는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관람후기를 공모하니까. 7월 말까지 초등부 200자 원고지 4~6매 분량, 중'고등부와 일반부 9~11매 분량으로 넘치는 감흥을 적으면 된다. 참고로 소설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도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관람료 성인 5천원, 학생 3천원(단체 각 1천원 할인) 문의 054)740-3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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