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희태 경희교육재단 이사장

교장 경력 60년 국내 최장수, 6·25유공자 연금에 사비 보태

#어려운 졸업생에 매달 장학금

창학 60년을 맞는 권희태 경희교육재단 이사장은 올해 85세로 대구 사학의 산증인이다. 1957년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해 교장으로 부임한 이래 2014년 경상고 교장까지 57년을 교육현장을 지켰다. 현재는 상주공고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의 교장 경력 60년은 국내 최장수 기록이다.

그는 재단 산하 경상여고, 경상고 교직원들에게 안주하지 말고 떳떳하게 아이들 앞에 서라고 강조한다. "교단에 서는 사람은 그늘이 없어야 합니다. 저부터 돈을 받고 교사 채용을 한 적이 없고 넥타이 하나 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 선생님은 모두가 당당합니다."

경희교육재단의 교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학생들에게 거친 말을 하지 않고 매를 들지 않는 것을 교풍으로 삼는다. 체벌 교사는 징계위를 열어 면직시킨다고 했다. 권 이사장은 "교사들은 학생들을 무한 가능성을 지닌 인격체로 대우해야 합니다. 설사 도둑질을 했더라도 왜 그랬냐고 따지지 말고 가슴으로 품고 함께 울라고 합니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일에는 아끼지 않고 사재를 내놓는다. 경상여고의 간판인 악대부 운영에 지난 40년간 들인 돈이 어림잡아 3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6'25 참전용사로 화랑무공훈장 수훈자이기도 한 그는 국가유공자 연금에 본인의 돈을 보태 형편이 어려운 학생 10여 명에게 대학 진학 후에도 매달 10만원씩 보낸다. 장학증서조차 없이 그냥 맛있는 것 사먹으라며 조건없이 베푼다.

그는 72개 학급으로 키워온 경희여상을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한 것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았다. "당시 대구엔 상업계 고등학교가 너무 많았고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학의 경영자로서 과감한 판단이 다른 학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권 이사장은 사학의 자유와 독립성 확보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1980년대 동경대에서 2년간 사학제도와 관련한 연구를 했고, 최근엔 '헌법과 사학교육'이라는 저서를 펴냈다. "사학마다 건학 이념이나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만 지금은 준공립 학교가 되어 사립의 특성이 사라져 안타깝다"면서 "사학의 본질은 국가나 공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창학 60년을 맞아 학생들에게 당부한다.

"언제 어디서건 지성은 공동체를 이끄는 힘입니다. 행복의 원천이면서 인격적 완성의 수단입니다. 다른 덕목은 양보하더라도 지성에 대한 욕심만큼은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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