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에서 주최하는 힐링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장소는 영천에 있는 한 캠핑장.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조원끼리 직접 밥을 짓고 직접 힐링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란다. '이야 진짜 힐링하다 오겠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뒤이은 교수님의 말씀에 붕 떴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등산은 모든 조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등산이라…, 안 그래도 학교가 넓어서 걸어다니기 귀찮은데 등산이라니 엄청난 압박감이 덮쳐왔다. '그냥 운동한다고 여기고 가자'라고 생각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이번 프로그램의 일정은 2박 3일이었고 등산은 이튿날 일정에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얼굴을 덮고 은은하게 부는 바람이 몸을 간질이듯이 불 땐 솔직히 얄미웠다. 왜 이럴 때 날씨가 좋은 것이냐. 곳곳에서 '덥다' '힘들다'라는 말이 연신 들려왔다. 옆에서 같이 걷던 친구도 힘들다며 투정을 부렸다. 등 너머로, 귀 옆으로 들려오는 그들의 말에 공감했지만 입 밖으로 말을 뱉는다면 기운이 빠질 거 같아 꾹 참고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오르막길을 올랐다. 정말 힘들었다. 잠시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멍해졌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오르막길을 오른다고 힘들었던 감정이 거짓말처럼 잊혔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니 새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렸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보고 걸었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낯설기도 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오래 산 것도 아닌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벌써 21년이라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 놀랍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가끔 당혹스럽고 놀라울 것이다. 매일 길을 걷거나 달려온 당신과 나는 많은 것을 겪었다. 똑같은 일상생활과 보이는 풍경에 익숙해지고 긍정보다는 현실적인 생각에 포기하거나 미루는 일도 조금씩 늘어난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힘들다'는 소리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잠시 멈추고 주위를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과 풍경이 보인다. 낯설지만 멋지고 아름답게 보인다. 또 익숙한 것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서 시작할 수 있다. 힐링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돈을 주고 힐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잠시 멈춰 서 주위를 둘러보며 깨닫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멈춤'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