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정규직 해법 놓고 정면충돌한 청와대와 경총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정부와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이 충돌했다. 그저께 경총 포럼에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정규직 전환 요구가 거세 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처지"라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사회 양극화를 초래한 경총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고 성찰과 반성도 있어야 한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경총의 발언 취지를 좋게 해석하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관한 민간 기업 분위기를 전달하는 수준의 문제 제기다. 당장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 수 있는 말이다. 이에 정부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해 왔는지는 국민이 더 잘 안다.

다만 비정규직 고용 차별 해소를 놓고 양측이 벌써부터 입장이 갈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는 비정규직 해소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넓혀가고 국회 입법 등 절차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면 된다. 공연히 기업과 신경전을 벌이기보다는 쟁점을 좁히고 일관된 기조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면 될 일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40%에 이르는 일본의 경우 고용 차별 해소를 경제 불황 극복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 꼽고 해법을 찾는 중이다. 우리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목표는 같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지난해 아베 정권이 '동일 노동 동일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일본 기업들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차별 해소는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인한 일본의 고용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 필수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인식 전환 유도에 역점을 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기업도 이제는 저임금에 기반한 고용 구조나 인력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는 생산성 저하와 기업 이미지 추락 등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기업을 지탱하는 근본 해법도, 지속 가능한 시스템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비정규직 제로'에 앞서 기업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돕고 유도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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