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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먼 쌈짓돈' 특수활동비, 예산은 깎고 투명성은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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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9천억원 가까운 혈세가 '특수활동비'라는 명목 아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행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이 특권을 누리는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고 부적절한 사용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수활동비란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활동에 쓰이는 돈을 말한다. 기획재정부의 세부 지침으로는 중앙 관서의 장이 특수활동비의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실제로 특수활동비는 사용처 보고 의무도 없고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돼 '눈먼 돈'이 됐다. 이런 특수활동비가 지난해만 8천870억원이고, 지난 10년간 정부 각급 기관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총액도 8조5천억원에 달한다.

검증 절차가 없으면 반드시 썩게 돼 있다. 우리나라 전체 특수활동비 가운데 절반(지난해 4천700억원)을 사용하는 국정원의 경우 민간인 불법 사찰 혹은 국내 정치 개입에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연간 86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쓰는 국회도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부인에게 준 사실이 밝혀지는 등 곱잖은 시선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된 70일 동안 특수활동비 35억원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직무 정지 기간 동안 하루 5천만원씩의 돈이 영수증도 없이 지출된 셈인데 누가 사용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마저 벌어지고 있어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세금 집행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특수활동비라고 해서 보안과 대외 비밀 유지 등을 핑계로 쌈짓돈인 양 써서는 안 된다. 안보상 공개가 곤란한 항목이라면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국회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검증하게끔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42% 감축하겠다고 하니 지금이 특수활동비 대수술의 호기이다. 국회도 내년도 예산 심사 때 각 기관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고 사용 시 영수증 등 증빙 자료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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