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0대 할머니 버스 두고 내린 돈 200만원 찾아준 경찰관

길거리에 흩날린 1만원권 지폐 100장, 인적 드문 곳에 떨어진 지갑 속 300만원

대구에서 현금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미담이 잇따라 시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시쯤 김모(88) 할머니가 "200만원을 시내버스에 두고 내렸다"며 다급하게 상동지구대를 찾았다. 할머니는 집에 모아뒀던 돈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려고 은행으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부탁을 받은 상동지구대 이상호(34) 순경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탄 버스를 찾는다 해도 돈이 그대로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령인 할머니는 버스 번호는 물론 승'하차시간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일단 할머니로부터 "파동시장 인근에서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나 대구은행 두산동지점 인근에서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이 순경은 대구시 버스운영과 버스정보팀에 협조를 의뢰하고, 할머니와 함께 하차 장소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스정류장 인근 한 모텔 CCTV 화면에서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경찰이 버스회사에 연락을 취하자 이미 어느 승객이 할머니의 손가방을 주워 버스기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돈을 찾은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춤을 추며 "대한민국 경찰 최고"라며 칭찬했다. 이 순경은 "빠른 시간 내 돈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버스 회사와 함께 할머니의 돈을 주워 버스기사에게 전달한 시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쯤에는 시민들이 길에 떨어진 1만원짜리 지폐 100장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일도 있었다. 대구 북구 침산네거리 부근 도로에서였다. 택시기사 서경환(49) 씨 등 시민 대여섯 명은 실수로 돈을 잃어버렸을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을 떠올리며 분주히 지폐를 주웠고, 이내 사색이 된 채 나타난 20대 청년에게 건넸다. 돈을 받은 청년이 곧바로 현장을 떠난 탓에 돈을 떨어뜨린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서씨는 설명했다.

서 씨는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겠느냐"고 겸손해하면서도 "흐뭇한 장면을 연출해 뿌듯하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30일 오전 서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1일에는 이른 아침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거액이 든 지갑을 발견한 50대 시민이 경찰을 통해 주인에게 지갑을 돌려줬다. 지갑 안에는 300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당시 돈을 주워 경찰에 맡긴 시민 역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사례마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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