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제조'유통'외식업계가 새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을 놓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현재 6천47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209시간 근무 기준 월급 135만2천230원)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2010년 4천110원에서 올해까지 매년 5~8%가량 올랐다.
그러나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대구경북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면 그 즉시 일자리'생산성이 축소되고 물가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주를 이룬다. 인건비 인상이 업체 소득 인상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유다.
한 예로,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임금 인상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이고자 고용을 축소하거나 제품 판매가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대구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적어도 1천여 곳(가맹 본사 350곳, 업체당 최소 3개 가맹점 보유 기준)으로 추산된다.
각 점포가 적어도 1명의 시간제 비정규직 직원을 고용했고, 직원 대부분의 시급이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의 모든 프랜차이즈업체에서 적어도 시간당 총 370만원, 월 7억7천460만원의 임금 상승이 예상된다.
대구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업종 간 출혈경쟁이 심각한 가운데 제품값을 올리면 매출이 줄어들 것이 뻔하다. 차라리 고용을 줄이고 가족 직원을 동원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가맹점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양날의 검'이라는 게 대구 경제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임금 인상에 앞서 고용유연제 도입과 내수 진작, 부의 재분배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국내 물가 및 최저생계비 등을 감안해 노동자 임금의 최저 수준을 지정, 사용자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까지 이행되면 당장 월급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75만원)에 못 미치는 대형마트 직원, 음식점 종사자 등은 살림살이가 나아질 전망이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대형마트의 여성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은 현재 약 135만원(시간당 6천500~6천700원 수준)에서 약 200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소비가 늘고 내수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형마트 업계는 '골목상권 보호'를 앞세운 문재인정부 정책에 따라 신규 출점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건비가 오르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 점포 관계자는 "본사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르고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대기업이 인건비 인상에 부담감을 내비치면 소비자 사이에서 반기업 정서가 커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계의 우려도 크다. 대구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2~4차 자동차부품 협력업체이거나 인건비 비중이 큰 섬유업체로 구성된 탓이다.
중견 기계가공업체인 A사 관계자는 "지역 영세업체 상당수는 기술력보다도 타 지역에 비해 낮은 임금을 주된 경쟁력으로 삼아 대기업 납품을 이어왔다. 앞으로 불경기가 올 경우 높은 인건비가 발목을 잡아 고용을 확대하기 머뭇거려질 수 있다"고 했다.
지역 경제계는 임금 인상에 앞서 소득 평준화와 부의 재분배, 고용제도의 정비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CJ 등 대기업 외식업체가 대자본과 유통망,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중소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고 매출도 늘릴 수 있게끔 내수 시장에서 돈이 도는 것이 더욱 급하다. 문재인정부는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임금 인상 정책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