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연구역 늘어나자…연기 자욱한 뒷골목

인근 주민 '2차 피해' 호소

제30회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의 한 빌딩 쉼터에서 흡연할 곳을 찾지 못한 애연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자들이 단속을 피해 금연구역 밖 특정 장소로 몰리면서 비흡연자들이 어깨너머로 담배연기를 마시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제30회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의 한 빌딩 쉼터에서 흡연할 곳을 찾지 못한 애연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자들이 단속을 피해 금연구역 밖 특정 장소로 몰리면서 비흡연자들이 어깨너머로 담배연기를 마시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금연구역 확대로 단속을 피하려는 흡연자들이 뒷골목이나 건물 모퉁이 등 구석진 곳으로 몰려들면서 인근 주민들이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내 금연구역은 총 6만2천337곳에 이른다.

30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와 경북수협네거리가 접한 인도에는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이 서 있던 인도 보도블록은 담뱃재 탓에 시커멓게 변했고, 곳곳에는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길을 가던 이모(45'여) 씨는 "이달 초 복합환승센터 주변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경북수협네거리 쪽 인도로 몰린다"며 "건물 출입구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장소를 옮긴 셈인데 '흡연구역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중구 현대백화점 대구점 주변 상가 골목에도 흡연공간을 찾아 나선 백화점 직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상점과 주택이 밀집한 골목에 재떨이까지 마련해두고 담배를 피우는 곳도 있었다. 주변 상점 업주는 "담배 연기 때문에 날씨가 좋아도 문을 열 수가 없다. 항상 닫고 있으니 답답해서 공기청정기까지 샀다"며 "손님들도 보기에 안 좋다고 얘기하지만 일단은 불편을 참고 지내고 있다"고 했다.

물론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다. 흡연권을 보장할 흡연구역 마련이 더디기만 한 탓이다. 복합환승센터에서 만난 서모(25) 씨는 "서울에서 대구로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휴게소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운 게 전부"라며 "버스에서 내린 뒤 담배 생각이 간절했는데 흡연구역 찾기가 어려워 답답했다"고 털어놓았다. 동성로에서 만난 한 흡연자는 "골목에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우는 현실이 싫다. 흡연구역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2차 피해를 막으려면 흡연구역을 늘려야 하는데 구역 지정을 검토하면 인근 주민 반발이 심하다. 그렇다고 예산을 들여 부지를 매입해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흡연구역 확대는 흡연율 감소라는 금연구역 설정의 당초 취지에도 어긋나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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