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 카페 품은 대구 갤러리들…작품 감상과 차 한잔의 여유 있다

밋밋해? 매력점 하나면 맛이 되고, 멋이 되고…

설치조형물, 회화, 미디어예술,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곳.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작품 속 모델을 직접 따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즐긴다.
설치조형물, 회화, 미디어예술,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곳.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작품 속 모델을 직접 따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즐긴다.
창이 넓어서 시골 경치를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카페 공간에 미술 작품이 걸려 있어 감상과 휴식이 함께 가능하다.
창이 넓어서 시골 경치를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카페 공간에 미술 작품이 걸려 있어 감상과 휴식이 함께 가능하다.
대구미술관 인근 도심 속 시골에 있는 토종닭 요리 전문점. 쌈밥과 같은 자연식단도 있다. 음식을 주문한 뒤 주변 도심 속 시골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대구미술관 인근 도심 속 시골에 있는 토종닭 요리 전문점. 쌈밥과 같은 자연식단도 있다. 음식을 주문한 뒤 주변 도심 속 시골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맛과 멋은 '따로 또 같이' 어울린다. 모음(母音)의 몸짓이 다르다. '아'라고 길게 소리를 낼 때 혀를 바닥에 붙인다. 입이 벌어지고, 침이 고인다. 먹을 자세가 된다. '어'라고 짧게 발음을 할 때 혀를 중간으로 올린다. 눈이 커지고, 소리가 모인다. 놀랄 준비가 된다. 하지만 자음(子音)이 같듯이 서로 돕는다. 눈이 흐뭇하면 맛이 더 있고, 입이 즐거우면 멋이 더 산다. 수필가 피천득은 "맛과 멋은 리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고 했다. 미각과 시각의 '아름다운 조화'를 찾아서 맛나고 멋있는 곳을 누볐다.

◆도심에서 즐기는 예술과 맛

미술관과 갤러리가 종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악가의 멜로디가 울린다. 함께 시를 낭독하고 영화를 감상한다. 일상 속으로 예술이 녹아든다.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커피와 차를 마신다.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주민도 즐겨 찾는 동네 사랑방이 된다. 걸어서 5~10분만 이동하면 맛집이 선물처럼 나타난다. 눈과 입이 즐거운 도심 나들이가 된다.

평일 오후 수성구 만촌동 모명재 옆 '이영갤러리'를 방문했다. 도시철도 2호선 담티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걸렸다. 2015년 문을 연 갤러리에는 류형한 화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림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항구 풍경을 담고 있었다. 새파란 바다와 거친 질감이 살아있는 육지, 흰 물살을 꼬리처럼 단 배 등이 인상적이었다.

입장료는 없었다. 산책하듯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었다. 원하는 방문객에게는 커피와 허브티를 5천원에 제공한다. 이달부터 12월까지 '꿈다락 토요 문화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토요일과 공휴일에 미술과 인문학 체험교육을 벌인다. 회화와 조소, 설치미술 교육과 더불어 예술사와 인문학 특강이 마련돼 있다. 수강료는 무료이다. 비정기적으로 작은 연주회를 연다. 시낭송 동아리와 영화 감상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이영수 이영갤러리 대표는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중심에 두고 문학과 음악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공간이다"며 "번화한 도시 속에서 시골을 느낄 수 있고 '보물을 찾은 것 같다'며 동네 주민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영갤러리에서 6㎞ 거리에 있는 '대구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차로 10분 남짓 걸렸다. '매체연구: 긴장과 이완'과 '한무창: 꽃들의 충돌'이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회화와 조각·설치, 사진, 미디어예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과 색, 이미지 등을 선보였다. 한무창 작가는 사면이 하얀 방에 꽃을 상징하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구부리거나 핀 철재에 색을 입히고 형광등 조명을 비추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가족과 연인들이 그림과 설치조형물을 휴대전화 사진으로 담았다. 작품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작품 속 모델을 흉내 내기도 했다.

미술관에서 1㎞(직선 거리) 떨어진 '대흥명가'로 갔다. 유니버시아드로와 월드컵로에 둘러싸인 대흥동 작은 마을에 있었다. 건물 외관은 모던한 느낌이었고, 내부는 넓은 홀과 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삼채와 한방재료가 어우러진 닭백숙을 주문했다. 오리 크기의 토종닭이 푹 곤 육수와 함께 나왔다. 45분 동안 익힌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녹았다. 삼채와 밤, 녹두 등을 넣은 찰밥을 구수한 국물과 함께 먹었다. 마늘종 장아찌와 백김치, 오이소박이 등 밑반찬도 풍성했다. 동네 토박이인 장진태 대흥명가 대표는 "이익을 덜 남기더라도 맛을 위해 국내산 재료를 고집하면서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며 "조류인플루엔자로 꺼리는 손님이 있는데 실제 닭요리는 안전하다. 쌈밥 등 다른 메뉴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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