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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가격 아이스크림 할인점…소비자는 웃고 골목상권은 울고

최근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빠르게 늘면서 동네마트 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최근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빠르게 늘면서 동네마트 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빙과류를 저렴하게 파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싼 비용으로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반기지만 빙과류 최대 대목에 매출이 뚝 떨어진 골목상권은 울상을 짓는다.

2010년쯤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등장한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올 들어 빠르게 늘어나 전국 250여 곳, 대구에 6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권장소비자가격에서 30~80% 할인된 값으로 빙과류를 판매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오후 찾은 대구 달서구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 역시 쉴 새 없이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금방 먹을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가는 손님도 있지만 상당수는 10개 이상씩 구입했다. 이곳에서는 바 종류 400원, 콘 종류 750원, 통에 들어 있는 고급 아이스크림 1천500원에 판다. 해당 점주는 "생산회사와 직접 거래해 가격이 저렴하다"며 "하루 100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싼 가격 덕분에 소비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원강사 김모(31) 씨는 "여름이면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주는데 한꺼번에 30개 이상을 산다. 편의점에서는 800원 하는 제품이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는 반값인 400원이다 보니 조금 멀어도 차를 타고 다녀온다"고 했다.

하지만 품질이나 보관 상태 등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들도 있다. 학부모 서모(41) 씨는 "초등학생 아이가 요즘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자주 이용하는데 녹았다가 다시 얼린 것 같은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며 "다른 곳보다 싸다 보니 오랫동안 쌓여 있던 재고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소규모 슈퍼마켓들은 아이스크림 할인점 때문에 속만 끓인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유통업체들은 이윤을 적게 남기더라도 아이스크림 할인점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맞대응하고 있으나 영세업자들은 할인 폭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여름 아이스크림 매출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는 동네 소매점들이 많다.

33㎡ 남짓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69) 씨는 "300m 떨어진 곳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지난해 생기면서 800원에 팔던 아이스크림을 600원에 팔지만 손님이 확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빙과류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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