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은 민선 6기 3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3년간의 시정(市政)을 이끈 소회를 밝혔다. 이날 발표는 '시민과 함께 대구 혁신의 희망을 싹 틔운 3년'이라는 한 줄 평으로 요약된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분야의 성과부터 따뜻한 공동체로 화제를 모은 시민과의 소통현장, 열린 대구를 만든 문화체육관광 분야 등 치열했던 3년 이야기들이 40분가량 이어졌다. 많은 할 일에 비해 3년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고 돌이켜보면서도 그 기간에 새로운 대구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씨앗을 뿌리고 희망의 싹을 틔웠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희망의 싹이 밟히거나 꺾이지 않고, 꽃피고 열매까지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면서 "다시 한 번 시민들께서 그 소명을 맡겨주신다면 남은 1년을 마무리라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대구경북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이처럼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밝힌 권 시장은 간담회 말미에 작심한 듯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대구경북의 미래 발전을 위해 차기 시장'도지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쏟아냈다. 이 부분은 권 시장이 3년 동안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간밤에 직접 쓴 내용이라 측근들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또 기자간담회 직전 일부 공무원들이 '3년 성과 발표 내용이 오히려 묻힐 수 있으니 (정치적 발언은)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시장에게 전달했지만 그대로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권 시장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한 대구경북 상황이 지역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의 잘못이라 진단했다. 경제가 위축되고 사람과 인재가 떠나는 정치적 변방이 된 것은 그동안 지역 출신 대통령과 정권에만 너무 의존한 채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거나 앞서가는데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대 지역 출신 대통령들 시대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나약해져 창조와 혁신이라는 대구경북 정신 DNA가 상실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 정치와 리더십이 실종된 데 대해 지역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의 모습에서 지난 3년간 기득권 세력에 대해 그가 느꼈을 섭섭함이 드러났다.
권 시장은 이날 차기 시장'도지사는 대구와 경북이 진정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콕 찍었다. 대구와 경북이 따로따로 움직여서는 미래를 열 수 없으니 단일 경제공동체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또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키우는 데 인색한 지역 정서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기자가 2013년부터 3년간 서울에서 근무할 때 대구에서 몇 년 살다 서울로 유턴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대구경북 사람들의 독특한 기질이었다. 소위 '이너 서클'(inner circle)이라는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을 배척하거나, 이해관계에 너무 밝은 나머지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 앞만 바라보는 잘못된 성향이 다른 지역보다 심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서울에서 줄곧 생활하다 대구에 내려온 권 시장의 지난 3년은 이런 고향 사람들의 기질 탓에 험난한 행보였으리라 짐작이 갔다. 평상시 사석에서 만났을 때도 권 시장은 이런 점들 때문에 힘들다는 고민을 우회적으로 털어놓곤 했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점점 변방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생산도 전국 꼴찌요, 소비도 7대 도시 중 최하위로 경제의 두 바퀴가 모두 푹 꺼진 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왜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할까. 이제는 나만 대접받고 누리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TK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풍토를 만들지 않는다면 대구경북의 미래는 암울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가 시'도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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