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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통신] 인사청문회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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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1기 내각 퍼즐 완성을 위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인 국회에서 최고 유행어는 '내로남불'이다. 고상한 의미가 담긴 사자성어 같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인사청문석에 앉은 후보자를 두고 여당과 야당의 시각은 천지차다. 특히 이번 청문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밝힌 5대 인사 원칙 저촉 사안이 쟁점이 돼 내로남불이 범람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병역 면탈,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뭐 한두 개씩은 갖고 있어야 마치 장관 자격 있는 것처럼 그렇게 되지 않았느냐, 이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러 장관 후보자가 이 5대 원칙 중 한두 가지 의혹에 휩싸이자 야당은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 검증에 포탄을 쏘고, 여당은 "현실에 맞게 완화하자"며 방패막이가 돼 주고 있다.

이 장면은 지난 정부, 지지난 정부 때 봐왔던 모습 그대로다. 여야가 바뀌면 청문회 입장이 정반대로 달라지니, 이는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7년간 되풀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청문회가 공직 수행의 전문성 등을 검증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압박하는 도구이며 일종의 보험이 되고 있다.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했을 땐 그만큼 대통령이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고,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는 치명타를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도덕성 검증을 핑계로 자행되는 '인격 살인'에 가까운 들춰내기는 야당 의원들에게조차 '이건 아니다'는 자괴감을 안긴다. 야당의 한 의원은 "위장 전입, 고액의 강연료 등 서민과는 동떨어진 고위 공직자의 삶은 시선을 끌게 된다. 능력과 자질은 작은 흠에 파묻혀 버리기도 하는데, 우습게도 도덕성 검증 잣대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월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고 했다.

같은 사안을 다르게 보는 자기중심적 시각, 잣대의 이중성이 가져온 내로남불. 후보자의 흠을 두고 여당 의원들이 인사 검증의 허술함을 질타하고, 야당 의원들은 되레 국정 수행을 위한 후보자의 능력을 높이 사는 '내불남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은 청문회에서만이라도 '내가 로맨스면 남도 로맨스고, 남이 불륜이면 나도 불륜이다'는 나와 남을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균형감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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