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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자음의 막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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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댓글을 보다 보면 '둘 중 누가 더 낳냐?'로 쓴 것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낫냐'의 맞춤법을 몰라서 그렇게 쓴 것도 있고, 그냥 장난스럽게 그렇게 쓴 것들도 있다. '(아이를) 낳다'와 '(누가 더) 낫다'는 어미 '-아'를 붙이면 발음이 [나아]로 같다. '낫다'의 경우 '낫아>나ᇫ아>나ᅀᅡ>나아'로 변한 것이다. 'ㅿ'(반치음)은 'ㅅ' 발음이 약화된 것인데, 약화된 소리가 아예 나지 않게 된 것이다. 같은 원리로 '마ᅀᆞᆯ'이 '마을'이 되었다. (경상도에서는 'ㅿ'이 약화되지 않고 '병이 나샀다', '마실 간다'와 같이 사용되기도 한다.)

'ㅎ'이 탈락하는 현상은 소리 자체가 약하기 때문이다. 'ㅎ'은 목청을 좁히어 숨을 내쉴 때 그 가장자리를 마찰하여 나오는 마찰음이다. 발음 방법이 그렇다 보니 자음 중에서는 소리가 가장 약하게 나기 때문에 탈락이 잘 된다. 현대어 '개'가 '가히>가이>개'와 같은 변화를 겪은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에서 막내 자음인 'ㅎ'은 받침에 쓰일 때에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휘 수는 많지 않지만 표준 발음법 규정에는 'ㅎ' 받침에 대한 규정을 따로 모아 놓고 있다.

'아이를 낳다'에서 '낳'은 단독으로 읽으면 [낟]으로 발음이 된다. '낳다'처럼 뒤에 'ㄱ, ㄷ, ㅈ'이 올 때는 두 소리가 하나로 축약이 되면서 [나타]로 발음된다. 다른 자음들은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조사가 올 때 '쫓아', '짚이'가 [쪼차], [지피]가 되는 것처럼 받침이 연음된다. 그러나 'ㅎ'은 알아서 탈락하기 때문에 [나하]로 발음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불규칙 활용들이 '눕+-어'를 '누워'처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것과 달리 그냥 '낳아'로 쓴다.

그런데 겹받침이 있는 경우의 발음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않다'처럼 'ㅎ'이 앞에 있는 경우 뒤의 자음과 축약되어 [안타]로 발음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 '닭하고 돼지'에서처럼 뒤에 'ㅎ'이 있는 경우는 애매하다. 겹받침 뒤에 자음이나 실질 형태소가 오면 '밟고'가 [밥꼬]가 되거나 '닭오리'가 [닥오리>다고리]가 되는 것처럼 겹자음 중 하나가 탈락된다. 대신 조사나 접사, 어미 같은 형식 형태소가 오면 '닭+이'가 [달기]가 되는 것처럼 두 자음이 모두 소리가 난다. '닭하고'는 뒤에 형식 형태소인 조사가 붙는 것이기 때문에 둘 중 어느 한 쪽의 원칙을 따른다면 두 자음 모두 살아서 [달카고]로 발음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 표준 발음은 [닥하고>다카고]이고, 더 익숙한 느낌이다. 이게 지난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논란이 되었을 때 이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 나고 문법 났지, 문법 나고 사람 난 건 아니야." 문법이라는 게 절대적인 원칙이 아니고,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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