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로봇산업도시 대구의 미래

"기존 선두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파트너사들과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기자가 윤중근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를 만난 때는 작년 12월 대구 중구 노보텔에서 열린 대구시 주최 '대구 투자기업 CEO 송년간담회'였다. 당시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로 운영되다가, 현대로보틱스라는 새 사명(社名)으로 이사회에서 분사가 결정된 지 한 달쯤 됐을 때였다. 당시 윤 대표의 직함은 여전히 '로봇사업부 본부장'이었다. 울산 공장을 대구로 옮기는 작업을 앞둔 때라 현대로보틱스로서는 언론 등 '외부 노출'에 대단히 민감한 때였다. 2~3개월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현대로보틱스 분사는 현대중공업 그룹 개편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런 시기여서 윤 대표와의 인터뷰도 어렵게 성사됐다. 막상 만난 윤 대표는 진솔하게 앞으로의 계획들을 얘기했다. 그는 "현대로보틱스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대구경북 지역에서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신 점에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사의 80% 정도가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에 있다. 대구 이전 후 생산 능력을 2.5배 늘릴 것"이라면서 의욕을 강조한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 현대로보틱스가 31일 대구테크노폴리스 본사에서 공식 출범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지배회사)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말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로보틱스의 협력사 대표, 권영진 대구시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중국 건설 경기 악화로 철수한 현대커민스 부지(7만8천㎡)에 들어섰다. 올 1월부터 이전 작업을 시작했으니 지난 6개월여간은 새로운 생산라인 설치와 양산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사실 1년 전만 하더라도 현대로보틱스는 우리 지역에는 생소한 기업이었다. 엉뚱한 '로봇'을 떠올린 사람도 많았을 법하다. 산업용 로봇은 제품을 만드는 제품이다. 그렇기에 제조업의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로보틱스의 주력 생산품은 자동차조립용 로봇과 LCD 운반용 로봇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까지 울산 공장에서 연간 4천 대가량을 생산했다. 이걸 대구공장 이전 후 2020년까지 연간 8천 대가량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260여 명인 직원 수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로보틱스는 대구시가 첫 번째로 손꼽을 만한 대기업 계열사 유치 성과다.

국내 산업용 로봇 생산 1위 기업이자, 세계 7위다. 일본의 파낙'야스카와 전기, 독일의 쿠카(KUKA) 등 글로벌 산업용 로봇기업들과 경쟁 중이다.

현대로보틱스 대구 이전 후 5개사 협력업체들이 추가로 이전해오면서 고용 창출 등 '대기업 효과'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또 다른 시각에서 흥미로운 점은 현대로보틱스 위상이 현대중공업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에 있다는 점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4월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 등 4개 회사로 분리된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주사다. 지주회사는 일반적으로 자회사의 주식을 갖고 이를 감독하는 회사를 말한다. '홀딩 컴퍼니'(Holding company) 또는 '지배회사', '모회사'라고 부른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전량(17만9천여 주, 253억원)을 매도했고, 현대로보틱스 신주를 배정받았다. 정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10.2%에서 25.8%로 높아졌다. 이제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이사장→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현대로보틱스의 대구 이전에 거는 지역민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현대로보틱스가 자체의 고용 창출이나 세수 기여는 물론이고 대구경북에서 많은 협력사, 파트너사를 발굴하길 바란다. 그렇게 돼야 진정한 대기업 유치 효과가 발생할 거라 생각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