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에도 뛸수 있을텐데…나도 팬들 만큼 아쉽죠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 씨

"예나 지금이나 고집은 대단했죠. 그 덕분에 지금의 승엽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

이춘광(74) 씨는 슬하에 2남 1녀를 뒀다. 그 중 막내아들이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갓 출범한 프로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그가 운동선수가 되는 걸 반대했다. 운동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면 건달밖에 더 되겠느냐는 게 부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단식 투쟁'에 들어간 막내아들의 고집에 이씨의 아내가 먼저 두 손을 들었다.

이승엽은 초교 4학년이던 1986년 중앙초교 야구부에 입단했다. 그의 재능은 이내 빛을 발했다. 야구를 잘하는 꼬마가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알려졌다. 경상중에 입학한 뒤에도 그의 활약은 여전했다. 수준급 좌완 투수였고, 방망이도 곧잘 쳤다. 그를 두고 경북고와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사이에 치열한 스카우트전이 벌어졌다.

"경고와 상고 모두 승엽이를 데려가고 싶다고 이야길 했어요. 두 곳 모두 야구 명문이니 고민이 많았죠. 삼성의 스타 선수들도 두 학교 출신이 많았잖아요. 결국엔 경고에 가기로 했습니다. 경고 서석진 감독(현 TBC해설위원)은 점잖고 매너가 좋은 분이었어요. 승엽이를 잘 챙겨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 그런 선택을 했죠."

고교 졸업반 때 벌어진 스카우트 전쟁은 더욱 치열했다. 한양대와 삼성이 이승엽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씨는 애초 아들이 대학에 가길 바랐다. 삼성 스카우트 최무영(현 삼성 운영팀 부장) 씨가 이씨의 집에서 출퇴근하다시피 했지만 이씨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아들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이승엽은 삼성행을 택했고, 성공했다.

은퇴 결정도 마찬가지. 이승엽은 올 시즌에도 여전히 20홈런 이상을 날리는 홈런 타자다. 하지만 이승엽은 일찌감치 공언한 대로 은퇴하겠다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여느 팬들처럼 이씨도 아들의 은퇴가 아쉽다. 그러나 아들의 성격을 잘 알기에 끝까지 말리진 않았다.

"팀 사정이 좋다면 아들이 그만둬도 마음이 놓일 텐데…. 사실 요즘 뛰는 걸 보면 내년에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야죠. 다만 은퇴 후가 걱정입니다. 유혹의 손길도 많겠죠. 시련도 많을 거고요. 그런 게 인생이니까. 지나친 욕심은 버리고 선수로 신중히 판단해 움직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을 믿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