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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계절' 가을…"월급이 통장을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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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 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 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최근 발표된 한 대중가요의 노랫말이다.

얼핏 들으면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도 같지만, 제목을 듣고 나면 '아∼'하는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직장인들로부터 폭 넓은 공감을 얻는 이 노래의 제목은 바로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다.

이 노랫말처럼 가을로 접어들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빠듯한 주머니 사정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오르는 물가와 달리 꿈쩍도 않는 월급에 가을 결혼 시즌까지 겹치면서 축의금 부담까지 겹쳐진 탓이다.

청주에 사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책상 위에 쌓인 청첩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다음 달 중순까지 지인이 보낸 청첩장이 벌써 7장이나 된다.

5만원씩만 챙겨도 그의 한 달 용돈 30만원을 훌쩍 넘는 큰돈을 지출해야 한다. 관계가 가까운 경우는 5만원으로는 성의가 부족한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봉투를 접수할때까지 얼마를 넣을지를 두고 고뇌와 번민에 쌓인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지경까지 돼 가며 축의금을 낼 수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회생활을 생각하면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씨는 "내 결혼식 때 받은 게 있어 돌려주는 게 당연한 데 결혼식이 한꺼번에 몰리니 대출금에 양육비, 생활비 등 고정지출에 축의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토로했다.

충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 박모(42·여)씨도 요즘 주변에서 쏟아지는 결혼 소식에 근심이 크다.

1천명이 넘는 큰 조직이다 보니 내부망을 통해 하루가 멀다고 직원들의 결혼 알림 글이 올라온다. 가을로 접어들면서는 그 수가 더 늘었다.

친한 정도를 따져 축의금을 챙기려 하는 데 이게 칼로 무를 베듯 나누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일일이 다 챙기면 월급이 남아나지 않을 판이라는 게 박씨의 푸념이다.

그는 "금액을 좀 줄여볼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자칫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챙기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는 추석 연휴도 9일이나 돼 명절 지출이 더 클 거 같은데, 이달 월급은 없는 셈 쳐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을이 직장인들에게 축의금 탓에 가계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한숨의 계절'인 이유는 통계로도 알 수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혼인한 부부는 153만9천850쌍에 이른다.

이중 가을인 10∼12월 비중이 28%(43만1천63쌍)로 봄철(4∼6월·25%·39만1천789쌍)보다 높다.

월별로는 12월(11%·17만597쌍)이 월등히 많고 이어 5월(9.1%·14만227쌍), 11월(8.7%·13만3천959쌍), 3월(8.4%·12만8천884쌍), 6월(8.3%·12만8천35쌍), 10월(8.2%·12만6천507쌍)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계가 혼인 신고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을철의 실제 결혼식은 10월부터 12월까지 고르게 분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흔히들 '5월의 신부'라는 말을 하지만 결혼 시장의 성수기는 가을"이라며 "봄을 결혼 성수기로 여기고 이를 피하려는 심리와 해를 넘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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