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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지적장애 아이 돌보는 김주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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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세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두 번 이혼 한 김주연(가명
두 번 이혼 한 김주연(가명'34) 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김 씨가 기저귀를 찬 막내를 돌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김주연(가명'34) 씨는 좁디좁은 원룸에서 막내를 돌보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뜬 시각이었지만 막내는 기저귀를 찬 채 낮잠을 자고 있었다. 갓난아기처럼 곤히 자고 있던 막내의 나이는 놀랍게도 8세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학교에 가야 할 나이지만 막내는 엄마 없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애가 아직 대소변도 못 가려 항상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안쓰럽기도 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두 번의 결혼…가정폭력과 사기로 파국

도박을 일삼는 아버지와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김 씨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환경은 김 씨에게 한 벌의 교복도 마련해주지 못했다. 김 씨는 "학교에 가려면 교복을 사야 한다고 말하자 부모님은 서로 원망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간 설움이 폭발해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고 소리 지르고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김 씨는 대구와 부산의 다방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딸이 매달 보태주는 생활비에 부모님은 다방 일을 말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돈이 부족하면 다방 앞까지 찾아와 손을 벌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가출 뒤 잠시나마 평온을 찾았던 김 씨의 삶은 결혼 후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다방에서 일하다 만난 첫 번째 남편은 혼인신고 한 달 만에 임신한 김 씨에게 손찌검을 일삼았다. 김 씨는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밥상을 엎고 기절할 때까지 나를 때렸다. 눈을 뜨고 나니 병원이었다"며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빌기에 용서했지만 이내 다시 내 몸에 손을 댔고 바람까지 피우는 모습에 질려 헤어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혼하고 나서 식당에서 일하다 만난 두 번째 남편은 달랐다. 김 씨는 두 번째 남편의 첫인상은 천사와도 같았다고 떠올렸다. 아이가 딸린 이혼녀임에도 일방적으로 베푸는 사랑에 김 씨는 굳게 닫힌 마음을 열었고, 아이 두 명을 더 갖게 됐다.

하지만 잠시나마 찾아온 행복은 신기루처럼 이내 사라져버렸다. 남편은 전과 23범으로, 김 씨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었다. 경찰이 집에 들이닥쳤고 김 씨는 영문도 모르고 수갑을 찬 채 구치소에 수감됐다. 김 씨는 "처음에 그렇게 잘해줬는데 사기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정폭력을 피하고 보니 사기꾼을 만났다는 생각에 참담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세상이 원망스러웠다"며 눈물을 훔쳤다.

◆세 아이 모두 지적장애로 힘겨운 생활

두 번의 결혼이 모두 파국으로 치달으며 홀로 세 아이를 떠맡게 된 처지에서 김 씨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상태다. 세 아이 모두 지적장애 진단을 받아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임신 7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어난 막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할 나이지만 입학을 한 해 미뤘다. 지적장애 2급으로 현재 지능이 3세 이하에 머물러 있는데다 아직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있어 입학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김 씨는 "지능에 문제가 있다 보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매일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며 울먹이는 아이들을 억지로 보낼 때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또 "막내는 내년에 특수학교에 보낼 예정"이라며 "평범하게 키우고 싶어 일반 학교로 보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 씨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언젠가 자신의 네일아트 숍을 열고 싶다는 김 씨의 얼굴에 잠시나마 미소가 스쳤다. "아이들이 계속 크고 있는데 언제까지 기초생활수급비만 받고 살 수는 없죠. 여유가 된다면 열심히 배워서 나만의 가게를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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