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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똥탑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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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강원도 화천의 전방 부대에서는 겨울철만 되면 졸병들이 해야 하는 '중대 임무'가 있었다. '똥탑'을 없애는 일이었다. 기온이 영하 20~30℃까지 내려가는 혹한기에 재래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배설물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배설물들은 아래로 흘러내리지 못하고 쌓여 고드름처럼 변기 구멍 위로 튀어나왔다. 똥탑 때문에 고참들이 볼일을 못 보는 일이 생기면 피곤해진다. 졸병들은 수시로 화장실에 들러 해머로 똥탑을 깨부숴야 했다.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요즘 군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절의 풍경이다.

누군가는 냉장고와 더불어 수세식 변기를 인류의 위대한 두 가지 발명품으로 꼽는데, 나는 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수세식 변기가 없었다면 현대화된 도시 문명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수세식 화장실 덕분에 사람들은 고층 빌딩에서도 냄새 걱정 없이 생활을 하고 볼일을 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기생충도 사라졌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수세식 화장실은 부유층의 상징과도 같았다. 멋들어진 유럽의 대도시들도 수세식 화장실 대중화 이전에는 오물 천지였다. 사람들은 예사로 길에서 용변을 보거나 길바닥에다 배설물을 버렸다. 길에 깔린 오물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이 생겨났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지엄하신 귀족들은 남 보는 데서 용변을 볼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길 가다가 용변이 급해진 사람들에게 '이동형 화장실'을 제공해 밥벌이를 하는 직업도 있었다. 이동형 화장실이라고 해봤자 장비라고는 망토와 양동이뿐이었다. 망토를 펼쳐 가려주고 그 안에서 양동이에 용변을 보게 한 것이다.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단어 'toilet'이 '직물' '망토' 등을 뜻하는 프랑스어 'toile'에서 유래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몇백 년 전 유럽도 화장실 사정이 이처럼 열악했는데 1천200년 전 통일신라시대 왕족들이 사용한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발견돼 화제다. 화강암을 가공해 다듬고 바닥에 구멍을 낸 뒤 그 위에 납작한 돌로 발판을 삼은 형태다. 볼일을 보고 난 다음에는 옆에 둔 항아리에서 물을 떠 변기 구멍에 쏟아부었다. 물은 경사진 도수로를 따라 흘러 내려가 지금의 정화조 같은 시설에 모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고대 화장실로서는 굉장히 발전된 방식이다. 유럽에서도 이런 개념의 수세식 변기는 1600년이 다 되어서야 등장했다. 우리 선인들의 기술과 발상, 위생 관념이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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