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지도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질랜드에 37세 여성 총리가 탄생했고, 오스트리아는 31세 제바스티안 쿠르츠의 총리 취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G5 선진국인 프랑스에서 지난해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40대 정치 지도자 등장은 이제 뉴스도 되지 못한다.
30대 지도자의 등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거나 소속 정당이 죽을 쑤는 비상 상황에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의 쿠르츠는 나태함과 계파 간 싸움으로 위기에 몰린 국민당의 내부 사정 속에 등장했다. 권위 의식에 빠진 기존 정치인과 달리 젊음을 무기로 역동적인 움직임, 과감한 결단력, 깨끗한 사생활 등으로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당 지지율을 단번에 1위로 끌어올렸다. 국민당은 장관 인사권, 총선 공천권, 정당 정책 수립 및 선거 전략 수립 권한 등을 통째로 그에게 넘겼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연정 파트너에 불과했던 국민당에 당당히 총선 승리를 안겼다.
최근 섬유 업계 관련 인사를 만났다. 섬유 업계는 세대교체 중이라고 했다. 섬유공장을 일으키고 끌어온 70대의 1세대가 뒤로 물러나고 40대 중'후반의 2세에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부자(父子)간 경영 방향을 두고 적잖은 갈등이 발생한다고 했다. 섬유를 사양 산업으로 보는 1세대 아버지는 현상 유지가 훨씬 중요하다. 벌만큼 벌었으니 일을 크게 벌리지 말자는 입장이다.
의욕이 충만한 아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요즘 세상에 한 건만 잘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기술개발, 마케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지 못한 아들의 목소리는 그러나 문지방을 넘기 어렵다.
이 인사의 결론은 이렇다. 2세 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젊은 경영자들이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대구시나 지역사회가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야 대구의 섬유도 희망이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8년 전 출마자가 또다시 후보군에 이름이 올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나마 새로운 인물이 고시 출신 공무원이다. 선거에서 정당 간 1차 싸움은 공천이다.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에 내놓느냐에서 기(氣) 싸움이 시작된다.
젊고 참신한 인물을 내놔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대상을 고르기는 어렵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으레 나오는 인물을 공천에서 우선 배제해야 한다. 8개 기초단체장 중 절반가량을 40대 후보로 내세우고, 대구시의원과 구의원들 중 상당수를 30, 40대로 공천할 것을 제안한다. 정치의 변화는 사람 교체에서 시작된다. 대구의 변화는 세대교체에서 찾아야 한다.
'현실성 없는 헛소리'로 일축할 수도 있겠지만 13년 전 대구경북에서 40대 인물들이 대거 현실 정치권에 진입한 전례가 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대구경북에서 주호영(44), 주성영(46), 이명규(48), 최경환(49) 등 40대 후보들을 대거 공천했다. 1년 뒤 비례대표이던 유승민(47) 의원도 대구로 자리를 옮겼다. 보수정당의 대구경북 국회의원 공천 중 17대가 가장 파격적이면서 신선했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이 김문수 현 자유한국당 수성갑 당협위원장이다. 40대 국회의원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지역 정치권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대구의 30, 40대 젊은 층도 바뀌어야 한다. 동료와 선후배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당당히 소신을 밝히고 대구의 미래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대구시가 오늘부터 사흘 동안 동성로 일대에서 '2017 대구청년주간'을 개최한다. 이런 이벤트가 청년들에게 얼마나 용기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청년들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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