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외워 시험점수 따온 학생
해답 불분명하면 해결역량 떨어져
기업인재 수요와 공급 불균형 심각
우리 교육계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
"부러울 만큼 화려한 스펙의 인재를 뽑았는데 무슨 과제를 맡기면, 해결책을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어." "낱낱이 지시를 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안 나와!" 취업준비생들이 열망하는 우리나라 최고 대기업 임원들의 푸념이다. 이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서일까? 아니면 사내교육이 잘못되어서일까?
지난 7월 KDI에서 발간한 '한국 성인 역량의 현황과 개선 방향: 문제해결 스킬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일자리에서 요구되는 핵심 스킬인 '문제해결역량'의 활용 면에서 우리나라 근로자는 OECD 33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읽기(16위), 쓰기(14위), 수리(11위), ICT 스킬(17위) 활용이 중위권에 속하는 데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이의 원인으로 직장에서 문제해결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 부족, 직장 및 업무에서의 소통과 협력 부재, 불안정한 고용 관계를 지적하면서 해결책으로 직장에서의 '일 기반 학습'과 학교에서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장려하고 있다.
고용 안정성과 기업 내 교육훈련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이 스펙보다는 문제해결역량을 갖춘 인재를 잘 골라 뽑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조만간 그렇게 되리라 확신한다. 그런데 이러한 선발에서 탈락하는 다수의 우리 젊은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유치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부모가, 학교가, 교수님들이 시키는 공부를 착실히 했고, 학원 다니고 스펙 쌓느라 빚을 내서 투자도 했는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낭비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부분이라 감히 지적한다.
'문제해결역량'이란 '해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지적 처리 과정이 수반되는 개인의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해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니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로 해결될 수 없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부터 요구된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논리적, 체계적, 협력적 사고를 하는 개인의 역량이 필요하다. 선생님 강의를 듣고 강의노트 외워서 시험 보고 점수 따는 공부를 해 온 우리 아이들로서는 낯선 요구 사항들이다.
기업에서는 수십 년째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로 교육시켜 달라고 애걸해 왔는데, 돌아오는 건 잘 교육된 인재가 아니고, 우리 제자 좀 뽑아 달라는 교수님들의 요청이다. 오히려 우리 회사로 졸업생 보내 달라고 부탁받아야 할 교수님들이 제자들의 일자리 청탁(?)을 다니신다. 참 딱한 일인데 너나없이 그러고 보니 이제는 적응이 되신 듯하다. 인재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는 우리 교육계의 문제해결역량을 총동원하여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 이에 대한 그 나름의 답을 찾은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음은 희망적이다. 20여 년 전 포항 외곽 골짜기에서 문을 연 '한동대학교'가 1회 졸업생 전원 취업의 신화를 쓴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영어 능력과 컴퓨터 활용, 팀 활동을 통한 프로젝트 수행을 의무화함으로써 일 잘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학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초당대학교'는 2015년 91.9%의 취업률로 4년제 대학 중 전국 1위에 올랐다. 신임 총장의 주도하에 한 학년당 1천800여 명이던 학생을 학과 구조조정 등을 거쳐 850여 명으로 줄이면서 '항공'간호'조리' 등 3개 분야를 '대표 학과'로 선정해 역량을 집중한 결과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간단한 답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차이는 '과연 이 문제를 생사의 과제로 인식하는가' '그 해결을 위해 나만의 답을 찾고, 그 답을 제대로 실행하는가'에서 갈린다. 우리의 지성이 밀집된 교육계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문제해결역량을 제대로 가르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조속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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