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드 갈등 해결이 아니라 미봉한 한중 관계 정상화 합의

한국과 중국이 사드 배치로 촉발된 갈등을 해소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외교부는 31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발표문을 통해 "한중 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 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일단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양국은 경제와 문화 교류는 물론 북핵 문제 등 안보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관계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합의가 실천되도록 양국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일이다. 그러나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사드 갈등이 해소가 아니라 미봉(彌縫)됐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서 우리 측은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중국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사드 갈등이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사드 1개 포대만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안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지금보다 더 고도화되면 사드 포대 추가 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때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사드 보복이 중단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번 합의 내용 그 어디에도 사드 보복 피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중국은 아예 '사드 보복'이란 말 자체를 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전 관계 정상화 합의에 급급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냉철하게 보면 이번 합의로 한중 관계가 정상화됐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이해가 상충되는 문제들은 여전히 내연(內燃)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율하느냐가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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