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유치원 교사 5명 일괄 사직…6월 행정대집행 이후 갈등 증폭

교사들 "모욕적인 말 들어" 이사장 "집단 행동 악의적" 사흘 동안 원아 52명 퇴소

지난 6월 원아들이 보는 앞에서 행정대집행을 하며 어른들의 부끄러운 다툼을 보였던 포항 한 유치원(본지 6월 19일 자 14면 보도)에서 교사들이 유치원 측과의 갈등으로 일괄 사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포항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행정대집행 이후 고용 승계된 포항 북구 A유치원 근무 교사 5명이 지난달 25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사직서 제출 전날 오후 학부모에게 "그동안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신 부모님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고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놀란 학부모들은 교사와 유치원 측에 거센 항의를 하며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유치원 측은 대체 인력을 구해 정상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사흘 동안 유치원 원아 64명 중 52명이 퇴소했다.

교사 측은 "행정대집행 이후 원장을 고용하지 않고 이사장과 이사장의 아내인 B유치원 원장이 실무를 보는 등 유치원 운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교사들에게 교육 외 업무가 부과됐고, 원아가 줄어드는 것도 교사 책임이었다. B유치원 원장은 '누구한테 급여를 받아가느냐. 급여를 받으면 감사합니다는 못할망정 어디서 감히' 등 모욕적인 말을 일부 교사들에게 했다"면서 "원장 대신 있던 원감이나 부장'실장도 1~2개월 일하다가 모두 못 버티고 그만뒀다. 나중에 원장이 들어오긴 했지만 '서류상 원장'일 뿐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치원 측은 "원아가 줄어들어 일손이 비는 교사들에게 교육비 관련 일부 일을 부탁하는데, 교사들끼리 뭉쳐서 본인 업무가 아니라며 작은 일에도 동시에 그만두겠다는 말을 해왔다. 그동안 보여준 교사들의 행동이나 이번에 아이들을 두고 한꺼번에 사직한 것은 악의가 있어서라고 판단한다"며 "유치원 원장이 아직 업무가 미숙해 행정을 잘 아는 아내가 도와주고 있다. 폭언을 했다거나 인격모독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학부모 측 입장은 엇갈린다. 한 학부모는 "교사들도 유치원을 벗어나면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다. 아이들을 위해 부당한 대우를 참아온 것을 아는 입장에서 이번에는 차마 말리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다른 학부모는 "어떤 상황이라도 교사라면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집단행동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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