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함께 걷는 경주 왕의 길…천년고도 왕들의 정취, 신라대종 소리에 깨어나
신라 왕들도 이런 느낌으로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길을 걸었을까. 왕릉을 '휘~' 타고 넘은 바람이 붉은, 때론 노란 비단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를 건드려 우수수 비단길을 만든다. 경주의 가을 길을 걸으면 누구도 신라 왕이 눈에 담았던 정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17 함께 걷는 경주 왕의 길' 행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행사가 열린 4일 신라대종 앞 잔디광장에는 천년고도 신라의 가을 풍경을 즐기고자 몰려든 2천여 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부, 고교 동창들과 40년 우애를 다지고자 온 이들, 트레킹 모임 등 행사장에 모인 이들의 모습은 가을 단풍처럼 각양각색이었다.
참가자들은 10℃의 서늘한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지만,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새움풍물학교 학생들의 신명나는 '길놀이' 장단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추위를 털어냈다.
몸에 열기가 오를 무렵 개회식이 시작됐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갈수록 정성이 더해져 개최되는 '함께 걷는 왕의 길' 행사에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 한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경주에서 왕들이 걷던 이 길을 걷고 나면 우리 역사에 더욱 깊은 애정이 강해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여창환 매일신문 사장은 "3일 경주가 세계 320개 문화유산도시 중 8개 도시에 들어가는 이사 도시가 됐다. 이제 경주는 세계 문화도시로 우뚝 자리 잡았다. 이런 역사적 시점에 천년의 도시 경주에서 왕의 길을 함께 걷는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개회식에는 한순희 시의원 등 20여 명의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참가자들은 출발을 알리는 신라대종 소리와 축포를 듣고 왕들이 거닐던 경주의 가을 정취 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경주시는 행사객들이 코스를 돌기 전 신라대종을 칠 수 있도록 했다. 성덕대왕신종을 본떠 만든 신라대종에는 '이 종을 본 자는 누구나 다 신비롭다 할 것이고, 이 종소리를 듣는 자는 누구나 다 복을 받는다'고 새겨져 있어, 종을 직접 쳐 보려는 행사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번 '왕의 길' 행사는 신라대종 앞부터 대릉원을 거쳐 국립경주박물관, 동궁과 월지를 돌아 다시 신라대종으로 돌아오는 왕복 6㎞ 코스로 짜였다. 전통놀이와 금관 만들기 등 코스별 6가지 미션도 상품과 함께 마련돼 참가자들의 재미를 더했다.
트레킹 모임인 대경둘레길 회원 사공성환(57'대구) 씨는 "지금까지 매년 행사에 참가했는데, 올해는 어느 때보다 날씨도 좋고, 단풍도 매우 아름답다. 천년 전 왕들도 가을에 이 길을 걸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나도 왕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대구 대륜고 24기 동창 7명과 함께 온 임재식(61) 씨는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좋은 장소를 찾던 중 이 행사를 알게 돼 올해 처음 참가했다. 단풍 구경도 하고, 역사 속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벗들과 함께 오고 싶다"고 했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배형욱 기자 pear@msnet.co.kr
◇제7회 대가야 왕릉길 걷기대회…"대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기원" 끝없는 소망 행렬
'제7회 대가야 왕릉길 걷기대회'가 매일신문과 경상북도, 고령군 주최로 5일 대가야문화누리 잔디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려 가을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대가야의 역사와 혼을 느낄 수 있는 대가야 왕릉길 걷기대회에는 곽용환 고령군수를 비롯해 이영희 고령군의회 의장, 박정현 경북도의원, 군민 등 2천여 명이 참가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즐겼다.
대회 참가자들은 댄스팀 에이션의 파워 넘치는 몸 풀기에 이어 오전 9시 30분 곽용환 고령군수의 타징 소리에 맞춰 대가야문화누리 잔디광장을 출발했다. 이후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를 거쳐 지산동 고분군에 올라 정상을 통과한 뒤 고령학생체육관과 고령군청을 돌아 행사장으로 오는 8.3㎞를 걸었다.
진용호(41'대구)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 참가하게 됐다. 처음에는 왕릉이 몇 개인가 하나둘 세어가며 걸었는데 끝도 없이 펼쳐진 왕릉을 보고 대가야문화유적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산길이 읍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산행코스 사이사이로 보여지는 대가야읍 내 전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걷는 것도 색다른 풍경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고령 왕릉길이 꼭 등재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열린 고령군민화합한마당 행사에는 트로트 가수 혜정과 박미영, 기웅아재 및 단비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행사장 곳곳에는 추억의 엿치기'떡 만들기 코너, 고령 우수농산물 판매장, 고령소방서와 고령군보건소 등의 체험부스와 먹거리가 마련됐다. 경산시에서 가족과 함께 참가한 이굴자(57) 씨는 "왕릉길 걷기에 앞서 손주들과 함께 떡메치기도 해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가을날 가족 나들이로 멋진 하루가 됐다"고 했다.
고령군새마을지회 회원 20여 명은 어묵탕과 두부, 김치, 막걸리, 차 등을 무료로 제공해 참가자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정영순 새마을부녀회장은 "회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고생했지만 고령을 찾은 손님들의 맛있다는 칭찬에 힘이 난다"고 했다. 고령소방서는 심폐소생술 시범과 소화기 시범, 화재진압 장비 등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걷기대회는 3대 가족 및 최고령, 최연소 등 참가자에게 60여 가지의 다양한 선물을 제공해 가족 간 추억 만들기를 선물했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대가야 도읍지 고령에서 걷기대회를 통해 대가야의 역사적 정체성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됐다.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원한다"면서 "이 행사를 통해 대가야와 관련한 문화관광시설과 각종 유적을 연계, 전통과 문화관광도시 고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했다.
송형근 매일신문 경북본사 부사장은 "고령군은 토기와 철기, 가야금 문화 등을 찬란하게 꽃피웠던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축복받은 곳"이라면서 "앞으로도 고령 군민과 화합할 수 있는 문화'체육행사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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