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김정은의 생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이 끝났다. 통상 문제와 함께 북핵이 이번 4개국 정상회담의 핵심 이슈였던 만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평가가 궁금하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먼저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자. B-1B'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출동이 잦아지고, 남한이 미사일 탄도중량 제한 해제에 따라 더욱 강력한 재래식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 건 좀 찜찜하다. 게다가 핵잠수함과 최첨단 정찰기 등을 보유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DMZ(비무장지대)에 와 '대북 경고 쇼'를 할 뻔도 했다. 안개 덕분에 쇼가 무산된 것이 고소하기는 하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균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그렇다고 낙담할 정도는 아니다. 남한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종북 세력들이 건재하니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한미동맹을 깨트릴 것이다. 어차피 핵 한 방이면 다 끝이다. 남한이 군사력을 증강하더라도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은 여전히 내(김정은) 손에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북 군사행동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 내용이 더 신경 쓰인다. 다행히도 중국이 트럼프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기면서 대북 압박을 완화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은근슬쩍 우리(북한) 편을 드는 한 우리 힘으로 국제 제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좀 생긴다.

그런데도 마음 한쪽이 편치 못하다. 트럼프의 '말' 때문이다. 일본 요코타 미군기지에 내리기 전, 기자들에게 트럼프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 그들은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근면하며 따뜻하다"고 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남한 국회 연설에서 나(김정은)에게 독재자니 뭐니 하며 온갖 욕을 해놓고 말이다. 국회 연설을 들어보니, 트럼프는 예상외로 한반도 정세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내(김정은)가 정말 무서워하는 그 비밀을 아는 것일까?

(김정은의 생각) "북한 주민들은 어차피 통제와 억압의 대상이니 그들과 나를 분리하는 트럼프의 말이 겁나는 건 아니다. 정말 공포스러운 건 그 뒤에 트럼프가 덧붙이고자 하는 속내다. 핵심 친위대인 노동당 간부와 정부 관료들을 나와 분리시키려는 공작을 펼치면 어쩌지. 이놈들(노동당 간부 및 정부 관료)이 내가 없어지면 더 좋은 세상이 온다고 믿게 된다면…내가 참수되어도 핵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면…그걸 미국과 일본이 안다면…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이것을 주도해야 할 남한의 국정원이 적폐 청산에 빠져 헤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 참, 감사한 일이다."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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