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역대 두 번째 강진] 열차 멈추고 휴대폰 라인 스톱 "지진, 일본만의 이야기 아냐"

각 시·군별 피해 사항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어린이집 외벽이 무너져 차량이 파손됐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어린이집 외벽이 무너져 차량이 파손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주에 이어 올해는 포항에서…."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강진 이후 1년여 만에 15일 인근 포항에서도 규모 5.4 지진이 나자 경북지역은 다시 한 번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동해안 시'군 공포감 극대화

포항과 인접한 영덕의 경우 평평한 땅 위에서도 심한 진동을 느꼈다. 일부 가게의 진열물이 떨어지기도 했고 이에 놀란 시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영덕군 영덕읍 김모(56) 씨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보다 훨씬 강도가 세게 느껴졌다. 지진 공포가 그저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정말 공포스러웠다"고 했다.

울진에 미친 지진 여파는 규모 약 4.0으로 관측됐다. 건물이 크게 흔들리고 주민들도 불안에 떨었지만, 다행히 오후 4시 현재 소방서나 군청을 통해 접수된 인적'물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발생 이후 약 1~2분간 휴대전화 및 인터넷이 장애를 일으켰으나 현재 모두 복구된 상태다. 울진읍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듯 싶다가 창문이 떨리고 비상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 깜짝 놀랐다"고 했다. 울진의 학교(초교 13곳, 중학교 9곳, 고교 5곳)들은 지진이 일어나자 즉시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킨 후 귀가 조치를 내렸다.

한울원자력본부는 지진이 발생하자, 즉시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시설점검에 들어갔다. 한울원전 관계자는 "지금까지 방사선 누출이나 설비 고장 등 발견된 피해상황은 없으며 6기의 발전소가 모두 정상가동되고 있다. 혹시나 2차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에 대해 정밀진단을 실시 중이다"고 했다.

◆수능 수험생들도 운동장 대피, 기차 멈춰 서

영천시내 아파트 일부 주민들도 놀라 밖으로 뛰어나왔다. 수능 예비소집일인 이날 지진으로 수험생들은 한때 긴장하면서 불안에 떨었다. 영천 영동고등학교 강당에서 수능 주의사항을 듣던 수험생 160여 명은 지진으로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자 황급히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수험생들은 20분 후 강당에 모여 주의사항을 다시 들어야 했다.

지진 여파로 청도군 청도읍 고수4리 산성철교 인근에서 부산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5분 정도 멈췄다가 출발했다. 열차가 멈춘 것을 목격한 청도노인복지회관 관계자는 "건물 피해 여부를 살피던 중 무궁화호 열차가 대기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창밖으로 '끼익' 하는 소리가 났는데 열차가 멈추는 소리인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청도역 관계자는 "이날 멈춘 무궁화호 열차는 청도에서 밀양 상동역까지 선로 이상여부를 확인한 후 출발했다"며 "지진시 안전매뉴얼에 따라 선로를 달리는 열차는 멈추거나 서행하게 돼 있다. 철도관제센터에서 기관사에게 비상대응체제를 전파한다"고 했다.

◆구미 일부 생산장비 멈췄다가 다시 가동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일부 기업체의 임직원들은 긴급대피를 했고, 민감한 생산 장비들은 멈춰 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구미 스마트시티 임직원 6천500여 명은 지진 대피 매뉴얼에 따라 건물 밖으로 모두 긴급대피했고, 휴대전화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 정지했다. 스마트폰 조립라인이 30분간, 금형정밀 생산라인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금형정밀 생산라인은 갤럭시폰'갤럭시탭 안에 들어가는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 틀을 찍어낸다. 삼성전자 구미공장 측은 "메인 조립라인이 30분간 멈추는 바람에 스마트폰 500∼600대 조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의 진동에 민감한 일부 생산장비들은 멈췄다가 다시 가동되기도 했다. 또 반도체 소재 전문업체 SK실트론 구미사업장 임직원들도 긴급대피했다가 복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경주 지진 때는 일부 생산장비가 멈추기도 했었으나 이번엔 생산장비가 정지한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관공서, 학교 긴급 대피

칠곡군 왜관읍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박상우(54) 씨는 "갑자기 앉아있던 의자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칠곡군청에 볼일이 있어 들렸던 이서영(39) 씨는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에 정신이 멍했다"며 "긴급재난문자가 오고 사이렌소리가 들려 군청 마당으로 재빨리 뛰어 내려갔다"고 했다.

군위와 의성에서도 강력한 지진이 감지됐다. 의성군청에서는 건물이 흔들리는 등 여진이 계속 이어지자 공무원들이 의성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의성여고와 의성공고에서는 교내 방송을 통해 교실에 있던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의성읍에 사는 김미경(51) 씨는 "4층 빌라 전체가 '따따라따' 소리를 내며 한동안 흔들렸다. 이제까지 이런 지진은 처음이다. 너무 무서웠다"고 지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청도군청은 비상사이렌을 울리고, 직원들은 건물 밖으로 모두 나가 삼삼오오 지진 상황과 속보에 귀를 기울이며 의견을 나눴다. 청도군 기획실 한 직원은 "지난해 경주 지진 때는 일과를 마치고 식사 중이어서 진동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는데 이번에는 업무 중에 심한 진동을 온몸으로 전달받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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