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발생한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4의 강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교육부는 16일 치를 예정이던 수능을 안전상 문제로 일주일 뒤인 23일 시행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교육부는 앞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큰 상황이 아니므로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을 점검한 결과 포항지역 14개 고사장 가운데 일부 고사장 벽에 금이 가는 등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곳이 있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학생들의 신체적'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후 2시 29분쯤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인명과 시설 피해도 속출했다. 15일 오후 7시 포항시 잠정 집계에 따르면, 39명이 골절 등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시설피해도 잇따랐다. 건물 27곳이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고, 도로 2곳이 균열됐다. 상수도가 샌다는 신고도 40건이나 있었다. KTX포항역도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화재신고도 빗발쳤다. 오후 4시 56분 포항시립미술관에 불이 나 20여분 만에 꺼졌다. 이날 화재신고는 모두 7건으로 이 중 3건은 오인신고로 나타났다.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등 구조신고도 82건(엘리베이터 갇힘'오작동 24건, 기타 48건) 발생했으며, 구급신고도 12건이 있었다.
포항시민들을 극도의 공포에 빠트렸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일제히 운동장으로 뛰쳐나왔고, 포항시청 공무원 수백 명도 놀라서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시민들은 가족에게 안부전화를 하느라 휴대전화가 일시적으로 불통이 되기도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은 설비 이상을 살폈고, 한수원 직원들도 모두 사무실로 복귀해 원전 이상 유무 파악에 들어갔다. 한수원 측은 "월성'한울'고리 등 원전출력은 정상 유지하고 있고, 방사능 유출 등 불안 요소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진앙과 가까운 월성원전 1호기에서 지진감지 경보가 발생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으나 특이점은 없다"고 했다.
진앙과 가까운 포항 북구 흥해읍과 장성동, 양덕동, 환호동 일대에서는 낡은 건물의 벽면이 무너져 내리는가 하면 축대가 쓰러지며 차를 덮쳤고, 주택 지붕 위 물통이 내려앉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환호공원 내 포항시립미술관에는 지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출동, 긴급진화에 나섰다.
포항시 흥해읍에 사는 김모(75) 할머니는 집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다. 현재 포항성모병원과 포항세명기독병원에 들어온 환자들은 대부분 찰과상 등의 상처를 입은 경우여서 간단한 치료만 받고 귀가했다.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지진에 큰 불안을 느껴 외부로 나가려는 문의가 잇따랐다. 병원 측은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지진 추이를 살펴 환자 대피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번 지진으로 아파트 등 높은 건물이 크게 뒤틀리면서 주민들이 귀가를 꺼리며 외부에서 밤새울 채비를 하고 있다.
창포중학교 박재욱(14) 군은 "수업 중 교실에 있는 TV가 떨어질 듯 흔들려 학생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경주 지진 이후 대피훈련을 했는데, 직접 체감한 지진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웠다"고 했다.
경북항운노조원인 윤상진(45) 씨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데, 바로 옆에서 벽이 무너지면서 차량을 덮쳤다. 너무 놀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대피 방송은 계속 나오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며 몸을 떨었다.
주민 이미애(39'포항시 양덕동) 씨는 "집 안에 있는 액자와 화분이 모두 바닥으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대피할 생각도 못했다. 집 부근에서 지진이 발생하니 너무 겁이 나 움직일 수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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