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이 집인데…. 얼른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은 너무 불안합니다."
16일 오전 11시쯤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은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다. 지진 이후 이재민 800여 명이 몰려든데다 이날 오전 9시쯤 규모 3.6의 강한 여진이 발생, 겁이 난 인근 주민들이 삼삼오오 이곳을 찾았다. 전국에서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도우러 왔고, 구호품들도 한가득 쌓이면서 체육관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재민들은 불안한 얼굴로 배급받은 음식을 먹거나 구석에 누워 새우잠을 잤다. 급히 뛰어나오느라 잠옷 바람인 이재민들도 많았다. 대부분 조금은 안정됐지만 여전히 '지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체육관 2층에서 뛰어놀자 엄마들은 "2층은 위험하니 어서 내려오라"며 소리를 질렀다. 헬리콥터 한 대가 지나가면서 소리가 울리자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인근 흥해초교에 다니는 박지나(13) 양은 "집이 바로 앞이라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불안해서 못 가겠다. 당분간 부모님과 함께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경자(70'포항시 흥해읍) 씨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놀라는 통에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면서 "체육관도 큰 지진이 오면 무너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했다.
지진이 없었다면 수능시험을 치르고 있었을 고교 3년생 이모(19) 양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체육관에 앉아 있었다. 이 양은 "어제는 일단 집에서 잤지만 오늘 아침 여진을 겪고 가족들과 급히 체육관으로 왔다"면서 "수능이 연기돼 불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지 않게 돼 다행이지만 컨디션과 사이클을 수능일에 맞춰놨는데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기준 포항 지진에 따른 이재민은 1천346명, 부상자는 62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들은 이곳 흥해실내체육관을 비롯한 27개소에 대피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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