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강진] 위층 발자국 소리에도 철렁 '엑소더스 포항'

학생들 휴교와 주말 맞물려, 대구·울산·부산 등으로 떠나

지진 발생 이틀째인 16일 오후 지진으로 붕괴위험에 처한 포항 대성아파트의 주민들이 생필품을 챙겨 대피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지진 발생 이틀째인 16일 오후 지진으로 붕괴위험에 처한 포항 대성아파트의 주민들이 생필품을 챙겨 대피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규모 5.4의 본진에 이어 3.0 이상의 여진이 수십 차례나 이어지면서 포항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지진 공포로 포항을 벗어나려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병원과 약국은 어지럼증 및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16일 오전 9시쯤 규모 3.6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의 지진 트라우마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에서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자 언제 다시 강한 지진이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 소음은 물론 바람에 창문이 조금 흔들려도 지진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포항 탈출은 학생들의 휴교와 맞물리면서 더 가속화하고 있다. 포항 지역 초'중'고교는 17일까지 휴교이며, 이어 주말과 휴일이 겹치면서 쉬는 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이들의 불안감 호소도 한몫하고 있다.

주부 김소영(43) 씨는 "아이들이 지진 이후 큰 충격과 함께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마침 휴교령이 내려져서 아이들을 친정이 있는 부산으로 데리고 가 잠시 지진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했다. 문소희(22'포항 북구 양덕동) 씨는 "아파트 위층에서 작은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며 "여진이 멈출 기미가 안 보여 층간 소음이 없는 친척 주택에 당분간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KTX포항역과 포항역,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등은 평소보다 많은 승객들로 붐볐다. 이처럼 시민들의 탈출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주차장도 평소보다 빈 주차 공간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

포항시 북구 A아파트 관계자는 "평소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였는데, 지진이 발생한 15일부터는 주차장이 텅 빌 정도로 많은 차들이 빠져 나간 것 같다"고 했다. 포항을 벗어난 대부분 시민들은 친인척이 사는 인근 경주와 울산, 대구, 부산 등지로 몸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김석한(40) 씨는 "지진 충격이 너무 심해 아내와 아이들을 처가가 있는 대구에 데려다 주고 왔다"면서 "다른 동료 10여 명도 가족들을 인근 지역으로 피신시켰다"고 했다.

정신적 피로감에 더해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느낀 시민들은 약국이나 병원으로 향했다. 특히 진앙과 가까웠던 흥해읍의 한 약국은 이틀 동안 100여 개의 우황청심환을 판매했다. 일부 노약자들은 약국보다는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

강석암 강석암의원 원장은 "오늘 하루 10여 명의 주민이 병원을 찾아와 몸의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며 "대부분 지진으로 크게 놀랐고 여전히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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