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뒤흔든 지진, 말만 앞세우다 시간 지나면 또 잊을까

국내 관측사상 두 번째로 강력한 지진이 닥친 포항의 분위기는 공포, 혼돈 그 자체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보다 규모가 약했지만 진앙이 상대적으로 얕았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가 더욱 컸고 피해 규모도 경주 지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겨울 초입에 들어선 시점이어서 포항 지역민들은 여진 공포와 추위 등 겹고통을 받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16일 현재 포항에서는 62명이 다쳤고 11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1천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파트와 주택 등 1천350여 채가 부분 파손 또는 균열 현상이 발생했으며 흥해의 아파트 3동은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하니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정도 지진에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천우신조였다.

16일 현재 포항지역의 재산 피해는 100억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정부와 지자체는 모든 가용 재원과 수단을 투입해 복구에 나서야 하고,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포항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각종 조치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진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긴급연기되는 초유의 일도 일어났다. 포항의 수능 고사장 15곳 중 11곳이 피해를 입어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포항지역 요청에 따른 결정인데 수험생 안전과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조치였다. 우선은 수능 예정일인 23일까지 포항의 수능 고사장 응급 복구를 철저히 마무리해야 하고, 수능 연기에 따른 입시 혼란과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한다.

재난 대책은 말로 때우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지진 관련 올해 예산 250억원의 77%(194억원)를 삭감했다고 하는데 개탄스럽다. 올해도 행정안전부가 신청한 내진보강예산 335억원 중에 기재부가 반영한 액수는 20억원뿐이라고 한다. 국민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는가.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고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버리는 정부와 정치권이야말로 중증의 안전불감증 환자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립 서비스가 아니라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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